전후 베이비붐 세대 절반이상이 ‘은퇴 후 농촌으로 이주’를 원하고 있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 은퇴 후 자연과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중·장년들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엘리트 귀농대학’ 과정의 입학 경쟁률이 4.5대 1을 기록했다. 응시자 구성을 보면 평균연령 51세, 대졸이상 학력자가 70%이상, 서울 경기지역 거주자가 88%로 이를 보면 현재 은퇴를 했거나, 하고자 하는 50대 전후의 고학력 남성들의 귀농 관심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60∼70년대의 배고픔을 참아가며 자라나서 부모님이 보내준 향토장학금에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며 성공해 보겠다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대학을 졸업을 한 세대들이다. 꼭 성공을 해 돌아가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도시로 올라온 세대들, 오늘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이시대의 주역들이다. 이제 이들은 찌들린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더 이상 돈 버는 기계가 아닌 참 다운 나를 찾고자 마음의 고향, 해질 무렵 굴뚝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겨운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의 또 다른 애환이다.
귀농을 하면 누리게 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 자연과 환경과의 교감을 가지면서 느린 삶,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건강유지에 좋다. 또 생활비가 적고 돈 쓸 일이 별로 없어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농업·농촌의 사회문화적 가치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고 즐기는 심미적 가치와 깨끗한 환경속에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보건 휴양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갑자기 아파도 가야할 병원이 가까이 없다. 주말에 가족들과 손잡고 최신유행 영화한편 보고 싶어도 극장은 멀다. 뭔가 모르지만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신변 안전보장과 치안이 걱정이 된다. 도시의 낙오자, 부동산 가격의 차이로 경제적 손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는 고립감,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할 두려움,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부간, 자식과의 갈등을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공사는 귀농자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농촌 전원마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지원을 통해 농촌 전원마을이 여러 곳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전원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도로, 상하수도, 하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에 지원금을 주고 있다. 또 전원마을 유치로 인한 혜택이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공동개발방식을 유도하고 있다. 제도적인 조건도 완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도시민의 주말농장 조성을 위한 농지 소유를 허용했고 농촌빈집, 한계농지·폐교 등을 전원주택지나 관광목적 시설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보다 근본적인 측면과 장기적이고도 큰 틀에서 접근해 나가야한다고 본다. 고령자, 은퇴자를 포함해 수백만 베이비부머가 농촌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은 이들을 받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귀농자를 위해 교육·문화·의료 분야의 인프라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또 농가와 대도시 소비처와 연계, 농산물 직거래 유통시스템 구축, 각종 온라인 상거래 규제완화 등으로 농가에게 적정 소득이 보장되게 해야 한다. 특히 직접적인 지원책으로는 농가주택 임대, 각종 세제혜택, 정착금지원이 필요하다.
그럼 이제 귀농을 할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귀농을 결심한 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농촌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충분한 검토를 한 후에 결정을 해야 한다. 농촌은 더 이상 현실도피처가 아니다. 도시 못지않은 경쟁과 사업성이 있어야 하고 고도의 지식과 정보화가 요구되는 곳이다.
즉흥적이고 무조건적인 귀농은 절대 금물이다. 귀농을 결심하게 되면 적어도 몇 년 전 부터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에 맞는 유형의 농업을 선택해야 하고 규모를 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위험부담을 크게 해서는 안되며 최소화 하고, 경험을 쌓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또한, 먼저 귀농한 선배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박장환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