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필립 코트러(Kotler, Philip)의 ‘마켓 3.0’이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40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쓴 ‘마켓 3.0’은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이 지속가능성도 높고 매출도 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마켓 3.0에서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란 ‘한 사회의 문제점을 간과하지 않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가치 방향타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그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지칭하고 있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에 의하면 20세 이상 남녀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업 호감지수를 조사한 결과, 국제경쟁력은 100점 만점에 80점, 생산성 향상은 68점으로 높았지만, 사회공헌활동과 윤리경영 실천은 각각 42점과 27점으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사회적 기여는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 내 사회적 기업을 적극 육성·지원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전략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1월 3일 법률 제8217호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신규 제정·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사회적 기업 홍보 페스티벌 개최해 기업을 알리고 제품 전시 등을 통해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같은해 54개였던 사회적 기업은 지난해(2010년 10월 기준) 406개로 늘어났다. 특히 현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을 1천개로 늘리겠다고 밝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사회적 기업이 앞으로 더욱더 양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돼진다.
과거 일과성 선언적 구호에 그쳤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과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질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취약계층(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거나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특히 곤란한 계층)에게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사회적 기업은 적정이윤을 최대로 하는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이 추구하는 기업의 혼합된 형태로 이윤도 추구하며, 취약계층에 고용을 창출하는 새로운 고용모델과 복지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빈곤층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대부분이 공감하는 과제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 듯싶다.
일례로 A지자체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공금횡령과 사회적 취약계층이 아닌 특정인의 이익수단의 사업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더 나아가 취약계층에 대해 고용을 창출하면서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일반기업과 경쟁해 나아가면서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생존해 나가야 한다는 이중고를 안고 있는 것도 사회적기업의 현주소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회적 기업들은 전문경영 수업도 받지 않고 정부의 지원금도 많지 않아 급변한 경영환경변화에 민첩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현재 인증 받은 대다수 사회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일반시민과 일반기업들의 인식의 전환 없이 사회적 기업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정식에는 해법이 없어 보이는 듯하다.
끝으로 필자는 일반시민과 기업들에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한다. 사회적 기업 성공여부가 일반시민과 기업들의 인식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사회적 기업을 평가해 인증할 때 기업으로서 경제적인 목적도 중요한 평가수단이지만 사회적기업의 취지인 사회적 목적 달성여부도 가장 높은 점수의 척도로 만들어 주기를 주문한다./이민상 객원 논설위원·협성대 유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