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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 보다는 실천이 우선이다

연말연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이는 아마도 2010년 한 해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까닭일 게다.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평도 무차별 포격,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과 조류독감, 신종플루까지.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서로 저 잘났다고 여전히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지방의회도 집행부와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여소야대 형국이 된 지방의회에서는 대화로 안 되니까, 쪽수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3년여 동안 이 꼴을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유권자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신년 화두를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의미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16세기 명나라 시인 호응린(胡應麟)이 두보(杜甫)의 시 ‘등고(登高)’에 대한 시평에 나오는 말로 청와대 측은 “단숨에 선진국으로 넘어가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을, 2010년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을 신년화두로 제시한바 있다.

또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에 우리경제가 더 도약하기 위해선 선즉제인(先則制人 남보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앞지를 수 있다)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장관은 “새해가 토끼의 해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놀란 토끼눈’이란 표현은 사실 토끼가 사전에 위험을 포착하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라며 “여러 글로벌 리스크를 먼저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청와대나 윤 장관이 제시한 사자성어는 시의적절한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의지가 자칫 구두선(口頭禪)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이는 실속 없는 말장난일 뿐이다. 소위 위정자들이란 것이 말 바꾸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막말로 상대를 공격하다가도 불리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말 바꾸기’를 일삼는다. 그러니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정치하는 사람들의 잇단 설화(舌禍)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떤 이는 서슴없이 막말을 해놓고 민심(民心)을 대변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민심은 그렇게 막돼먹지가 않았다. 세 치 혀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민심을 잘 헤아려 실천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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