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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슬레이트 지붕

‘믿기지 않는’ 일화가 있다. 바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새마을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다.

때는 2003년 12월 9일 저녁, 국빈으로 방한한 알제리 대통령의 환영 만찬을 앞두고 노 대통령과 알제리 대통령이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일이다. 북한과 가까웠던 알제리 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가 보니 김일성 지도자는 북한 주민을 위해 정말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 아들 김정일도 못지않게 헌신적이다”라며 칭찬을 하자, 순간 표정이 굳어진 노대통령은 통역에게 ‘하나도 빼 놓지 말고 그대로 통역하라’면서 “김일성 김정일을 말 하지만 북한주민 상당수가 굶고 있습니다. 우리 남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새마을운동을 해서 못살던 농촌을 잘살게 만들었습니다. 그 분이 지은 ‘새마을 노래’라는 게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면서 힘차게 노래를 부르더란다. 이 일은 당시 통역사의 후일담이다. 그 새마을노래에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란 가사가 있다. 새벽마다 새마을노래가 울려 퍼지던 1970년대, 초가지붕은 벗겨지고, 대신에 국적불명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됐다.

지금은 ‘석면, 1급 발암물질, 어쩌구 저쩌구’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고추를 말렸는가 하면, 한 술 더 떠 기름이 잘 빠진다고, 거기에다 돼지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이렇듯 새마을 운동의 상징물과도 같던 슬레이트 지붕이 퇴출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슬레이트가 노후화되면서 여기에 포함된 석면 가루가 문제가 되자 정부가 철거에 나선 것이다. 전국적으로 남아있는 슬레이트집은 123만여 가구로 이 중 55.4%가 건축물 내구연한(30년)을 초과해 석면이 날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부터 노후화된 농어촌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에 들어가 내년 2천500가구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약 5천여억원을 들여 전국 약 57만 슬레이트 가구의 33%인 18만 8천 가구의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낼 계획으로 있다.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붕개량에 사용됐던 슬레이트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논리에 밀려 퇴출되는 셈이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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