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 보면 ‘욱’ 할 때가 있다. 화가 치미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대개가 화를 다스리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책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자기성찰의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6초 동안 참는 지혜다. 인간은 의학적으로 6초가 지나면 냉정해진다고 한다. 우리의 대뇌는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먼저 ‘편도체’에 전달이 된다. 편도체는 동물적인 뇌로 본능과 행동을 지배한다. 편도체에 전달된 자극은 이어서 ‘대뇌피질’로 전해진다. 대뇌피질은 이성적인 뇌로 불리며, 사고와 언어 등을 지배한다. 이 자극이 뇌 안의 편도체에서 대뇌피질로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6초라고 한다. 따라서 화가 치밀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신의 화를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에서 섣불리 말하거나 행동하게 되면 상대방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틱낫한 스님의 책 ‘화(ANGER)’에 이런 비유가 있다. ‘만약 당신의 집에 불이 났다고 쳐보자. 그러면 당신은 무엇보다 먼저 불을 끄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집에 불을 지른 걸로 의심이 가는 자를 잡으러 간다면 그 사이에 집은 다 타버릴 것이다. 화가 치밀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만 든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 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다.’ 스님은 화가 났을 때의 해결책으로 심호흡과 미소를 처방하고 있다. 깊은 호흡과 미소는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화를 삭여 준다는 것으로 “마음이 화로 들끓고 있으면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스님이 9·11 테러로 미국 내에서 복수를 하자는 여론이 팽배했을 당시 뉴욕에 갔다. 스님은 부족(部族)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현자(賢者)들이 모여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며 10명의 현자를 뽑자고 제안했다. 이들로 하여금 소통의 매개자를 삼아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한 것이다. 스님의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말로만 ‘소통’과 ‘상생’을 떠들어댔지, 오히려 정국은 경색돼 가고 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거침없이 막말을 해댄다. 소통과 상생은 커녕 소인배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참는 지혜와 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