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서 구제역으로 가축을 살처분해 파묻은 매몰지 450곳 가운데 22곳의 배수로가 설치되지 않거나 비닐 차수막이 훼손되는 등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구제역의 급속한 확산으로 살처분이 동시다발적으로 긴급하게 이뤄지며 일부 매몰지에서 규정을 위반해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구랍 15일 양주와 연천을 시작으로 5일 현재 도내 13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 시·군과 시흥, 평택 등 14개 시·군 594개 농가에서 모두 35만2천여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매몰지 450곳에 대한 현황조사결과 21곳에서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1곳은 가스유공관이 고정되지 않았다. 배수로가 미설치된 21곳은 살처분 소와 돼지가 많았던 파주와 고양, 김포 등 3개 시에 집중됐고, 핏물 침출수로 논란을 빚은 파주시 광탄면 돼지 매몰지도 포함됐다. 구제역이 확진된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돼지농장 매몰지의 경우 비닐 차수막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연천·양주·고양·파주·가평·양평·남양주 등 7개 시·군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55건을 조사한 결과 8건이 부적합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천의 경우 9건의 시료를 채취해 실시한 악취검사에서 1건에 대해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경기도는 배수로가 설치되지 않은 매몰지의 경우 이번 주 중으로 조치를 완료하고, 지하수오염이 확인될 경우 다시 매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매몰지에 대한 2차 오염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사후관리 담당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북부 지역 지자체들이 살처분 매몰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농림부의 구제역 행동지침에 따르면 가축 매몰장소는 집단가옥이나 하천, 도로에 인접하지 않은 장소이면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가 1순위고, 농장부지 등 매몰대상 가축이 발생한 장소가 2순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지가 3순위라고 한다. 이처럼 매몰지가 사실상 제한돼 있고, 부지가 협소한 농장이 많아 매몰지를 찾느라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이 구제역이 확산될 수 있고, 매몰지를 확보하더라도 열악한 조건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축산농가는 축산농가대로 속이 상하고, 주무부서는 또 예방과 사후관리로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막막한 심정으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물론 예방도 중요하지만 차후에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