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정주 태생인 시인 백석(白石 1912~1995)의 시에는 북한의 토속적인 음식들이 많이 등장한다. 당대의 ‘모던보이’였던 백석은 때문에 ‘세상이 외면했던 맛있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문학적 경지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의 시 ‘국수’를 잠시 들여다보자.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이 한 편의 시만 봐도 ‘북관(北關)’의 겨울풍경과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가고 대도시 젊은이들 가운데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류(韓流)’열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은 5일 북한 주요통계 지표 보고서에 부록으로 삽입된 경제사회상 부문에서 ‘열린북한통신’을 인용해 이러한 북한의 한류열풍을 자세히 소개했다. 북한에 유통되는 제품은 믹서기, 열풍기(온풍기), 가스레인지, 가스통, 은나노 도시락, 가스난로, 고압가마(압력밥솥), 행주, 장갑 등으로 이러한 제품에는 한국산 상표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당국의 엄격한 시장통제에도 한국산 샴푸와 린스 등이 평양 고위급 간부 부인을 중심으로 유행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도시와 국경지역 젊은 층 가운데는 MP3나 노트북을 이용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시청 붐이 일고, 한국의 유행가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애창곡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1930~40년대 이북의 토속적인 정서를 노래한 백석의 시에 공감을 하듯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은 오랜 분단의 벽도 막을 수는 없는가 보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아무리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고는 해도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만은 결코 부인할 수가 없다. 모쪼록 북한에 일고 있는 한류열풍이 통일로 가는 훈풍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