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꿈과 계획을 세우는 새해 첫날,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해고소식을 접했다.
대부분 50~60대인 170여명의 이 노동자들은 월 75만원의 임금으로 주 50시간 가까이 되는 노동을 해오면서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해가고자 지난 2009년 12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에 학교측은 이 노동자들을 채용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계약해지가 곧 해고통지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청소노동자들은 현재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학교측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해고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청소노동을 하고 있는 몇몇 여성들을 만나봤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여덟 시간씩, 토요일은 4시간 일하고 보험료 떼면 70만원 좀 못되지, 다른 데서 한 5~6년 하고 여기서 4년째인데 처음 들어올 때 정해진 그대로지. 월급을 올려달라고 어떻게 말해. 회사도 어렵다고 하는데 그냥 밀리지나 않고 제 때 제 때 나오기라도 하면 좋겠어. 나는 지난 달 월급도 못 받았지.”(62·건물청소노동자)
“이것 떼고 저것 떼고 나면 65만원 좀 넘어. 식대? 아휴 그런 것은 꿈도 안꿔. 명절에 다만 몇 만원이라도 챙겨주면 그것도 감사하지.”(65·건물청소노동자)
건물청소를 각각 10년, 3년째 해왔다는 60대 여성노동자들의 꿈은 그저 몇 만원의 명절수당이나 급여가 밀려 당장 생계에 영향을 받지나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노동부가 제시한 2010년 최저임금표에 의하면 주 44시간 노동자의 경우 92만8천860원이 책정됐으며 사용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에게는 3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또한 직접 사용자가 아닌 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 계약한 도급업체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에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여성노동자들의 바람이 부당한 것인가?
직접 만나 본 청소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자신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기를 바라면서도 자신들의 의견피력으로 혹여나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걱정했다.
“없는 처지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은 해야 하고 여기서 나가면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일할 데도 없는데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해서 잘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청소노동자들에게는 ‘홀로 이것을 감당하느냐?’, ‘사회적 연대를 이뤄 어떻게든 노동조건을 개선하느냐’는 두 부류로 구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월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이 각자 부당한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두렵지만 어떻게든 연대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청소노동자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하면서 우리사회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인권실태가 드러나고 힘을 모아 현실개선을 실행하고자 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자신의 권리 찾기를 위한 연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을 알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이 나이든 여성임을 감안 할 때 자신보다는 사용주의 입장을 고려하는(“당장 월급이 밀리니 내가 먹고 살기는 더 힘들어지지만 어쩌것어. 오죽하면 나같은 사람들 월급을 밀릴까 못주는 사람심정을 생각하면 말도 못하고….-000씨 50·여), 돌봄노동에 너무나 익숙하고 정보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훨씬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처지와 입장에서 오늘을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각자 다양한 조건속에서 노동을 하고 있음에 결코 청소노동자들의 삶이 우리와 유리돼 있는 별개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들이 곧 노동자로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년층이라는 다중의 취약함을 안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무관심했다면 우선 이들의 노동조건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자.
우리가 관심을 갖는 만큼 지금 한 겨울 차디찬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저 청소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며, 그것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속에서의 연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김수정 부천여성의전화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