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의 딩카족은 중요한 신이지만 뭐라고 정의하기가 약간은 어려운 ‘뎅’이라는 신을 믿는다. ‘뎅’이 모든 딩카족의 조상이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뎅’은 천둥 번개와 밀접하게 연결돼 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즉, 번개는 ‘뎅’의 곤봉으로 그것에 맞아 죽은 사람들은 적절한 상례를 받지 못한다. 이들 딩카족은 비와 인간의 출생은 ‘뎅’이 구현되는 것이라 해서 ‘뎅’을 하늘과 대지의 아들로 묘사하고 있다.
앨리스 미드가 다르푸르 내전을 다룬 ‘아프리카 수단 소년의 꿈(2007)’은 딩카 족의 열세 살 소년 스티븐이 주인공이다. 스티븐은 북부정부군을 적으로 알고 반란군을 친구라고 여긴다. 그러나 기나긴 내전은 이런 주인공의 믿음마저도 배신한다.
반란군들은 정부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병력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들을 끌고 가 군사훈련을 시켜 군인으로 만들고, 소녀들을 인신매매해 군비를 마련한다. 그러다보니 스티븐이 사는 마을은 언제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스티븐은 이러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언젠가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지난 2003년부터 아랍계 중앙 정부와 토착 아프리카계 반군과의 내전으로 30여만명의 희생자와 27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21세기 최악의 인도적 재앙으로 불린다.
유엔난민 고등판무관(UNCHR) 친선대사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참혹한 다르푸르의 사태해결을 위해 직접 수단을 방문하고 국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다르푸르를 위한 정의(Justice For Darfur)라는 글에서 “정의 없이는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남부 수단의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지난 9일 시작돼 15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독교와 민간신앙이 우세한 남부 수단이 이슬람 교도인 아랍계가 지배하고 있는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단 남북 경계지역의 유전지대인 아비에이 지역에서 남부 수단을 지지하는 딩카족과 북부 수단을 지지하는 아랍계 미세리야족 간에 충돌이 빚어져 최소 23명이 숨졌다는 소식이다.
‘뎅’이 정의의 수호신으로 딩카족을 지켜줄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