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를 거닐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외래어 간판들. ‘던킨도넛’, ‘홈플러스’, ‘파리바게트’, ‘탑마트’, ‘배스킨라빈스’, ‘뚜레쥬르’, ‘J.S브랑제리’, ‘가야랜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외래어 간판을 내건 상점에는 고객들로 붐빈다.
우리말 간판은 웬지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세태를 반영하 듯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외래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래어 간판이 매출액 증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은 평소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아 한 단체가 대학생 480명을 대상으로 ‘한글과 외래어’를 주제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4%가 외래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로는 ‘습관이 돼서’라는 응답이 6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체되는 우리말을 몰라서’가 17.5%였고, ‘다들 쓰기 때문에 나만 안 쓰면 이상해서’와 ‘외래어를 쓰는 것이 더 멋있어 보여서’가 각각 9.1%, 6.3%였다. 대학생들의 언어습관에도 외래어는 일상 생활화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 사용을 주도하고 또 계도해야 할 행정기관이 외래어를 끌어다 사용하고 눈총을 사고 있는 것. 주요 정책의 입안단계부터 집행, 평가까지의 전과정에 소통과 시민참여의 행정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거버넌스 행정’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토론 주제에 대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정책토크박스’란 단어를 차용했다. 도서관, 시청 등지에 간이도서관 형태의 ‘북카페’, 물 자급률을 10%에서 50%로 높인다면 서 ‘레인시티(Rain city)’, 독거노인을 위한 ‘U-Care 시스템 서비스’ 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토론 주제에 대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사용하고 있는 ‘정책토크박스’, ‘지역거점 모바일 혁신클러스터’, ‘소셜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접한 시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정책의지와 내실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