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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故 조희범 수사과장을 추모하며

 

최근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와 관련, 경찰수뇌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이 연일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착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15만 경찰이 국민우선, 현장 중심의 기치아래 7대 핵심과제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 몸부림 치고 있는 상황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이 개인적인 비리라 할지라도 부끄럽고 국민들께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마치 경찰조직 전체가 파렴치한 조직인 것처럼 매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찰에 대한 신뢰와 위신 실추는 곧 국민의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목숨을 내놓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 경찰간부들이 훨씬 더 많다.

지난해 12월 작고한 광명경찰서 故 조희범 수사과장 같은 분이 대표적인 분이다.

故 조희범 수사과장은 1981년 경찰 간부후보 29기로 경찰에 입문헤 부천남부, 부천중부, 시흥, 광명경찰서 수사과장 등을 역임헸다.

부천 남부서 재직 땐 아동실종사건이 발생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사본부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퇴근도 하지 못하고 하루 3시간여 쪽잠으로 밤잠을 설치며 범인검거에 노력했다.

아마도 이 기간을 너무 힘들게 지낸 것이 간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더 악화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인은 단 한 번도 경찰직을 후회한 적이 없으며 생전에 되레 부하 직원들을 더 독려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서울G20정상회의,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어려운 일들이 유난히도 많았다.

그 길던 비상근무 기간 때도 자신으로 인해 다른 동료나 부하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단 하루도 결근하지 않은 채 우직하게 사무실을 지키며, 힘든 고통을 참아냈다.

그러나 2010년 12월 중순, 급기야 퇴근길 차안에서 식도정맥류 파열로 피를 토하며 약 5분간 혼절 한 후 깨어나 병원 응급실로 급히 호송되던 날이 경찰에서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응급처치 후 입원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통상적인 치료로 생각하셨던 듯하다. 곧 복귀할 것 같으니 일주열여 병가를 낸다는 전갈을 받았다. 직원들도 별 걱정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인지, 입원 10여일이 지나자 몸무게가 10kg정도 빠져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많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눈빛만은 살아있었으며 다시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힘든 투병 생활을 견뎌 왔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져 가기만 했다.

입원 2주를 경과하자 경찰관으로서 다시 제복을 입고 근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제 출근은 힘들 것 같으니 명예퇴직을 해야겠다. 알아봐달라.’는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경찰관으로서 반평생을 보내고 정년퇴직이 아닌 병마와 싸워 이기지 못해 퇴직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서러웠을까.

병세가 위독해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가운데에서도 후배나 가족들에게 짐이나 되지 않을까, “빈소도 차리지 마라, 조문도 받지 마라, 조의금도 받지 마라”하며 몇 번이나 당부헸다고 한다.

경찰에 대한 자긍심과 신념으로 평생을 보낸 故 조희범 수사과장님께 조의를 표하며, 국민 여러분들과 많은 동료 경찰관들이 이렇게 훌륭한 분이 우리 경찰에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대한민국 경찰은 이런 가혹한 시련에도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된다. 이 시련을 딛고 일어나야 한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기 위한 친서민 치안정책과 선진 법질서 확립 등 핵심 7대과제를 강력히 추진해야 하며, 더 이상 경찰이 비난 받는 비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자성과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일 것이다.

오로지 사명감으로 무장됐던 故 조희범 수사과장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소서! /이동열 광명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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