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대부분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소환된 많은 재판 관계자들 및 당일 선고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10시 이전에 법정에 빼곡히 앉아서 숨을 죽인 채 재판부가 입정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10시 정각에 입정하는 재판부를 보기 힘들다. 기다리는 사이에 지루해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면 법원정리가 잔뜩 인상을 쓰며 다가와 강압적으로 제재한다. 어떤 경우는 판사가 법원장의 이·취임식에 참석하느라 재판을 30분이상 늦는 경우도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08년 법정 모니터현황 자료를 토대로 일부 판사들이 아직도 불성실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재판 형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이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지금 법정 판사들의 행태는 어떻게 좀 나아졌을까. 현직 판사들이 법관 자질면에서 개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는 변호사들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5일 밝힌 평가 내용에 따르면, 법관 155명에 대해 공정·청렴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 신속·적정성 등 5개 분야에 걸쳐 평가한 결과 전체 평균 77.73점이었고 가장 점수가 높은 상위 15명의 경우 평균 96.87점이었다고 한다.
이번 평가에서 변호사들이 지적한 대표적인 문제는 재판장의 고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이었다고 한다. 피고인에게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지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라고 막말을 한다든가 피고인이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자 반말로 “귀가 어둡냐”라고 핀잔을 주는 등 법관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언사가 마구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월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한 상징적 사례를 기억한다. 40대 판사가 법정에서 70세 가까운 원고에게 허락받지 않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버릇없다’고 질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재판장 앞에 서면 피의자건 피해자건 주눅 들게 마련이다.
자신의 평생의 과가 될지도 모르는 일을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판사들은 헤아려야 한다. 법정에 선 힘없는 사람들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로 치부하면 평형의 무게추는 이미 기울어 진 것이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