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1919년 사망할 때까지 3천 개의 도서관을 설립했다. 또 카네기 재단을 통해 교수들을 위한 연금기금을 설치했고, 문화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후원금을 기부했다. 코넬 대학과 각종 사회단체에도 기부를 했다.
하지만 자식에겐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상속은 자식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망치게 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었다. 가정용품 유통업체인 홈디포사의 공동 창업자 케네스 랑곤(66)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부는 거름과 같아서 쌓아두면 썩은 냄새를 풍기지만 뿌려주면 많은 것들을 자라게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유제품과 육식의 문제점을 고발하며 채식만을 고집하는 환경운동가 존 라빈스는 세계최대의 아이스크림 회사인 ‘배스킨 라빈스 31’ 창업자의 외아들이다. “아버지와 삼촌은 전세계에 매장을 수천 곳이나 둔 아이스크림 제국을 건설했고, 아버지는 당연히 내가 그 사업을 물려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엄청난 부를 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설계해 지었다는 통나무집에서 아들과 함께 환경운동단체 ‘어스세이브(Earthsave)’와 ‘YES(Youth for Environmental Sanity)’를 이끌고 있다. 1989년 창립 이래 미국 40여 곳에 지부를 가진 비영리단체다.
수백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화제가 됐던 80대 할머니가 장남에 의해 한정치산(限定治産) 선고소송에 휘말렸다. 2007년 작고하며 “후학 양성에 써 달라”고 한 남편 유지에 따라 한 교육기관에 100억 원대를 기부해 화제가 됐던 할머니다. 남편은 국내 담수조류 연구의 권위자이자 식물학자로 서울대 교수를 지냈고, 은퇴 후 과학관련 기자재 사업으로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몸 상태가 나빠졌으며, 장남(58)은 지난해 6월 법원에 한정치산 선고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장남은 자신을 재산관리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사전처분을 법원에 요청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할머니는 차남의 도움을 받아 항고했고, 두 달 뒤 같은 재판부는 사전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장남은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특별 항고했다. 할머니는 이런 와중에도 최근 국제구호단체에 100억 원대를 또 기부했다. 두 아들 모두 대학교수라는데 장남의 처신은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