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의정부에 위치한 북과학고등학교 학생보다는 경기도 학생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2년 전 경기북과학고등학교에 대해 조사를 하였습니다. 전국고등학교 명문 순위 11위, 전국 중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순위 7위, 2학년을 마치고 카이스트에 가장 많이 진학한 학교, 2010년에 서울대에 26명을 진학시켜 서울대 진학 랭캥 11위 기록, 개교 5년만에 전국 10권에 드는 학교! 이를 위해 고생하신 선생님, 부모님, 선배님, 도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모교가 위치한 의정부는 역사 깊은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경기 도내에는 31개 시군이 있습니다. 고양이나 양주는 중국의 도시명을 차명한 도시입니다. 포천이나 수원은 지형과 관련된 도시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의정부는 독창적이며 역사와 설화, 정치와 문학이 어우러진 지명입니다. 의정부 명칭에 대한 역사적인 유래를 소개하겠습니다.
여러분 ‘함흥차사’라는 단어를 아실 것입니다. ‘함흥차사’는 소식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 말로 야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 후 고향 함흥으로 돌아갑니다.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시킨 공을 세운 이방원은 2차례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종으로 즉위하게 됩니다. 태종은 태상왕인 이성계를 한양으로 모시기 위해 ‘차사’라는 직책을 만들어 함흥으로 보내나, 이성계는 차사를 보내는 족족 다 죽입니다. 태종은 이성계와 전장을 누빈 이성계의 신하이자 전우인 박순을 차사로 임명해 함흥으로 보냅니다. 박순은 새끼 딸린 말을 끌고 함흥으로 갑니다. 어미를 따로 두고 새끼 망아지를 끌고 이성계를 만난 자리에서 망아지가 자꾸 울자 이성계가 박순에게 묻습니다. “어찌 저리 망아지가 우는고?”. “어미가 보고파 그러는 것입니다. 동물도 저러한데 사람이 어찌 부모가 그립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환궁을 권했습니다. 이성계는 박순을 죽이려 했으나 전장에서 피를 나눈 부하를 차마 죽이지 못했습니다. 며칠 후 두 사람이 장기를 두고 있는데 천장에서 어미쥐와 새끼쥐가 떨어져 살펴보니 같이 붙어있으려고 안간힘을 쓰더라는 겁니다. 박순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이성계에게 호소했습니다. “전하, 미물로 저러건데 환궁을 호소드립니다”. 결국 이성계는 환궁을 결심하고 박순은 이성계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의정부 호원동에는 ‘전좌마을’이 있습니다. 전좌는 임금이 앉는 의자 혹은 자리라는 뜻입니다. 한양으로 들어가기 전 이성계는 아들 태종이 죽일까 걱정을 해서 호원동 전좌마을에서 나랏일을 보았다고 합니다. 의정부는 조선시대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최고의 의결기관입니다. 전좌마을에서 나랏일을 보아 지역의 이름이 의정부라는 유래를 가지게 됩니다.
의정부라는 지명은 역사와 설화, 건국과 관련된 신화와 문학이 살아있는 자랑스러운 지역임을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애향심 없이 애국심 없다’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경기도 각 지역에 사는 여러분들도 내 지역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창조적 인간으로, 책임지는 인간으로, 봉사와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고생하는지 항상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정부와 관련돼서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마는 쌍둥이 늑대형제인 로물루스 형제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로물로스 형제를 활용해서 관광, 기업, 이미지 산업, 영화, 캐릭터 등 다양한 부가가치와 창조를 통해 로마를 먹여 살립니다. 늑대가 키운 쌍둥이 형제가 역사입니까? 신화인 것입니다. 그러나 의정부는 의정부 탄생 설화에 대해 역사가 맞니 틀리니 하며 지식 정도를 겨루는 혹은 아는 정도를 자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한민족의 시원인 단군의 어머니는 곰입니다. 그럼에도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곰 동상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애국가에도 소나무가 나오지만 소나무를 한국문화로 만들지 못한 나라 또한 우리나라입니다. 스페인을 가면 전국에 소 간판이 있습니다. 관광, 축산, 음악, 문화로 만들어 가치를 창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를 못합니다.
고대 그리이스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구를 받칠 수 있는 지렛대만 준다면 지구를 들겠다고 호언을 합니다. 정사니 야사니, 실록에 있니 없니 하며 얄팍한 지식 겨루기가 중요합니까? 신화와 전설을 현실로 만드는 창조적 인간이 되어주십시오. 기본과 원리를 파악하여 지구를 들 수 있는 과학자의 호기를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잘 사는 로마를 만들었듯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제2의 ‘로마’로 만들어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박세혁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