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부터 외국에서 신종플루가 이슈가 되면서 간간히 보도되다가 그해 8월15일 첫 희생자가 나오면서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당시 충분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가 확보되지 않아 질병관리본부장이 급히 외국으로 가서 물량을 확보했고, 예방주사도 다행히 국내제약회사의 공장이 2009년에 준공되면서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공급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예상보다는 신종플루의 사망률이 높지 않아 비교적 적절히 잘 대처해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2010년 11월 29일 안동에서 첫 구제역 가축이 발생한 후 불과 한달 만에 호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됐고 지금까지 무려 3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고 한다. 많은 고민 끝에 12월 말 백신 접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음에도 아직 구제역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해마다 이런 질환들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는 탄식이 나올 만 하다. 또 올해는 질병없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선 신종 플루나 구제역 모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환으로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질환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종 플루의 경우 다소 구조의 변화는 있었지만 50년대에 유행했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오히려 50년대를 경험했던 노년층의 희생이 적었고 기존의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잘 반응했으며 구제역 역시 영국, 대만, 일본 등에서 경험했던 질환이다.
다만 바이러스의 경우 생명체 안에서는 급격히 증식하지만 생체 밖으로 나오면 생존 기간이 매우 짧아지는데 이때 온도가 낮으면 생존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즉 금년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각종 교통이 발달하고 물류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대에서는 사람과 물자 뿐만 아니라 균의 이동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독감이 유행할 때 손만 잘 씻어도 독감 발병률이 반으로 준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이 말은 아무리 열심히 손을 씻어도 나머지 절반의 환자를 통한 확산은 막기는 힘들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그 동안 물적 인적 교류가 적었던 중국과 동남아의 경제성장은 이 지역에서 소수의 환자 혹은 가축의 질병이 발생해도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될 수 있으며, 그 질환의 종류도 점점 다양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만 청결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년전 조류 독감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었던 호남지역이 구제역에 비교적 잘 대응한 것처럼 구제역 방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분석해 전염력이 높은 질환들에 대한 상시 대비태세와 예산을 확보해 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대처나 관행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 유행 때 종합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에 간이 진료소를 설치해 지역 거점병원으로 활용한 것은 만일 그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나 협심증, 당뇨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신종플루가 전염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지금도 식은 땀이 흐른다.
구제역 경우도 그동안 축사의 위생상태와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단 동물용 항생제를 투여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해 왔던 점도 구제역 확산에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농촌의 어려운 환경을 생각하고 또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가져온 엄청난 파장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지원으로 축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어떻게 정부의 돈으로 정확히는 국민의 혈세로 개인의 축사 환경 개선을 지원할 수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1조 4천억원의 돈이 살처분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불될 예정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하면, 앞으로도 이러한 재앙을 더는 겪지 않기 위해서 많은 축사가 살처분으로 비어있는 지금이 축사개선 사업을 할 수 있는 적기일 것이다.
질병의 확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사람에 대한 질환은 보건복지가족부, 가축의 질환은 농림수산식품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매우 전염력이 높은 질환의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런 질환에 대한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맞아 밤잠을 설치고 명절을 반납하며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히 뛰었던 분들의 노고에 대해 ‘인재’라는 비난보단 따뜻한 격려와 함께 같이 외양간을 고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현석 현대중앙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