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와 막장 정치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기 쉽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민을 저급 쾌락으로 유도해 국격과 인격을 저하시켜 사회를 불신과 혼란에 빠트린다. 마지막으로는 이들을 말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의식개혁뿐이란 것이다.
막장 드라마를 살펴보면 주제가 단순하다.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그게 이거고, 저게 그것 같아 헷갈린다. 보통은 남자가 바람이 나서 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괴롭히고,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이혼하게 된다.
이혼하면서 남자는 잘못되고, 여자는 젊은 남자, 그것도 재벌의 아들을 만나, 결혼해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을 거절하다가 결혼에 성공해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스토리가 짜여 있다.
극중 양념인 동기 부여를 위해 공갈, 협박에 음독, 방화,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인, 자식 팔아먹기, 포로노 등의 반인륜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아 막장도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그리고 왜 항상 남자는 사기꾼, 짐승, 파렴치범으로 묘사가 돼야만 하는가. 요즘은 한발 더 몰상식 쪽으로 하향 발전(?)해 과거 불륜은 기본이고, 숨겨 논 자식이 꼭 등장하며, 버젓이 청소년을 자식으로 둔 엄마가 남편 바람을 핑계로 맞바람을 피우는 것을 당연시하고, 형제간의 극단적인 재산다툼, 노부부 사이의 재산 다툼으로 황혼이혼을 조장하고, 사회에 불신감과 증오를 불지핀다.
아무리 시청률 지상주위라고 하지만 저급쾌락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제작으로 우리 사회의 건전한 가치관과 인격을 몰락시켜 과연 우리 사회를 어떤 사회로 만들어 가자는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그럼 막장 정치는 어떤가? 대한민국에서는 정치하기가 참 쉽다. 왜냐하면 첫째 가만히 있으면 된다. 국민의 고충을 듣고 정책을 개발하고, 법을 제정하고 집행을 감시하려면 눈코뜰새 없이 바쁠텐데 그저 눈만 깜박이고 가만있다가 누가 “이렇게 하자” 하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사사건건 반대한다.
둘째, 상대의 실수만을 기다리면 된다. 서로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고, 국민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종교적·경제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통합시키면 좋은데 ‘언젠가는 실수하겠지’하며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정치, 모함정치, “때려죽이자”는 독설정치로 일관한다. 마지막으로 소수 권력자의 눈치만 보면 된다. 귀찮게 못살겠다고 잔소리만 하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선거 때만 반짝하고 납작 엎드리면 그만이다.
국민을 위한 공동이익과 공동선에 대한 고민은 없다. 국민을 섬기는 어려운 길을 외면하고 국민의 눈은 아랑곳없이 파당을 만들고 정권잡기에 혈안이 돼 국민 편 가르기와 상대편 죽이기, 그리고 사사건건 반대하는데만 몰두하면 된다.
권력자의 입맛만 맞추는 정치, 자신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정치, 과연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고 있으며,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똑같은 명분으로 이렇게도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의 의식개혁만이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막장 드라마나 막장 정치 이것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몇 안 되는 소수의 권력자가 전권을 휘어잡고 전횡한다는 데에 있다. 이들만의 끝없는 탐욕에 책임을 묻고, 권력을 회수해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은 이들이 주는, 사실 그들 자신의 것도 아닌, 조그마한 떡(친절)과 그들이 선거 때만 이용해먹는 하찮은 지역감정, 학연, 혈연이란 온정주의에 치우쳐 올바르게 매를 들지 못한 책임이 있다.
산을 오르는 데는 완만한 길, 힘들지만 빠른 길, 경치가 좋은 길, 흙 길, 내 집에서 가까운 길 등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어느 길이든 간에 장점과 단점이 꼭 있게 마련이다.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고집한다면 어느 누구도 정상에 오를 수가 없다.
대통령(지자체장)이 실패한다면 과연 누구의 손해인가. 대한민국의 손해요, 바로 우리 국민의 손해다.
정권을 잡기위해 잃어버린 5년을 만들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정책을 개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나, 충분히 싸웠다면 한마음 한뜻 한길로 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고 힘든 일 일 것이다. /김효수 前 수원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