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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히티스테’의 힘

아랍어로 ‘담벼락’을 뜻하는 ‘히티스테’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거리의 담에 기대 하루를 보내는 청년 실업자라는 뜻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20~30대 젊은 실업자들, 즉 ‘히티스테’는 튀니지에 이어 11일 이집트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종식시킨 반정부 시위대의 주축 세력이다.

이들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능숙해 인터넷을 활용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세계 무슬림 인구의 미래’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30대 이하 인구는 전체의 60% 정도로 북미·유럽 선진국들의 두 배다. 반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극히 부족한 실정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실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약 10%, 청년 실업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40%에 달한다.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시디 부지드에 살던 26세의 과일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였다.

그는 부패한 경찰이 과일을 빼앗아가자 몸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아지지 사건에 격분해 거리로 뛰쳐나온 시위대 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울분에 차있던 젊은이들이었다.

2003년 11월 그루지야에서 ‘장미혁명’의 불꽃으로 타오른 반독재 민주화의 불길은 그해 12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으로, 다시 2005년 2월 레바논의 ‘백향목혁명’과 3월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으로 번졌다.

이들 나라에서 점화된 민중혁명은 민주화의 무풍지대였던 중동지역에서도 마침내 반독재 시민혁명의 불길로 세차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유럽의 민주화 도미노가 이번엔 튀니지, 이집트, 예멘,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으로 번지고 있다.

1981년 이후 이집트를 통치해온 무바라크가 18일간 계속된 민주화 항쟁에 굴복해 결국은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민주화 도미노는 ‘히티스테’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을 보면서 북한을 생각해본다. ‘독재가 있는 곳엔 반드시 저항이 있다’는 것과 ‘독재가 심할수록 저항도 그만큼 어렵다’는 상반된 명제에 비춰볼 때 북한은 후자에 가깝다. 이집트의 경우 시위가 가능한 반면 북한은 시위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히티스테’와 비슷한 ‘꽃제비’가 있다. 이젠 이들도 뭔가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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