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구제역의 확산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애초 백신을 투약하지 않고 살처분과 매몰을 고집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축산업은 초토화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 가축수가 320만 마리가 넘는다. 동물들의 애처로운 죽음에 가슴이 답답한 것은 축산 농가 뿐 만이 아닐 것이다. 살처분이나 매몰, 방역, 예방백신 접종 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이나 군인들 또한 과로와 함께 고통 속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 돼지 육류를 취급하는 식당주인이나 유통업자, 소비자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살처분이 지속됨에 따라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예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100g당 1천원대를 유지하던 삼겹살의 경우 설 명절을 전후로 1천500~2천원으로 올랐으며 돼지고기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음식의 판매 역시 눈에 띄게 줄거나 가격이 폭등했다고 한다. 업자들은 처음 구제역 파동이 일어날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상황이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젠 물량 확보도 어렵고 손님들이 찾는 발걸음도 줄어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그러나 이 구제역 전쟁통에서 가장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이다. 구제역이 발생된 농촌지역 공무원들은 매일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살처분과 매몰작업, 백신접종 작업에 동원되고 있으며 구제역 초소에서 밤새 방역작업에 고생하고 있다. 야근한 다음날도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과로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공무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31일 하동군 공무원 임경택씨가 과로로 숨졌고, 이틀 전엔 상주군 공무원 김원부 씨도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경우 근무 도중 과로로 쓰러져 열흘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 사흘 만에 다시 야간 방역활동에 참여한 뒤 숨을 거뒀다고 한다.
9일 구제역 대책본부가 밝힌 지금까지의 구제역 사망자는 10명이다. 또 중상자 55명, 경상자 99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10명중 공무원은 9명이나 된다. 구제역 사태가 사람까지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공무원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밤과 주말까지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로가 심하게 쌓이면서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국가가 나서서 과로사하거나 부상당한 이들에 대한 특별 보상을 실시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