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구제역 가축 매몰지 가운데 상당수에서 침출수 유출 및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현장조사단이 지난 10일 남양주시와 양평군 등 한강 상류에 있는 매몰지 32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이 중 16곳이 붕괴 등 우려가 있어 보강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가운데 11곳은 한강 본류나 지류로 흘러드는 하천변에서 불과 3~3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침출수가 유출될 경우 오염물질이 한강에까지 흘러드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한 2차 환경재앙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조사단이 찾은 양평군 개군면 내리 마을 매몰지 바로 옆에 폭 2~3m의 농수로가 있었다. 매몰지와 농수로의 거리는 5m밖에 되지 않았다. 파묻은 소·돼지가 부패하며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4㎞ 떨어진 남한강으로 그대로 유입돼 수도권 최대 식수원을 오염시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화강암을 쌓아 시멘트로 마감한 옹벽이 있었지만, 매몰지 주변 10여m를 감싸는 데 그쳤다. 남한강 지류 신흥천 근처인 이천시 설성면 수산리에서도 매몰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매몰지는 신흥천과 거리가 약 2m밖에 되지 않았다. 신흥천에서 나온 물은 여주를 거쳐 팔당댐으로 유입된다.
남한강 지류인 양화천에서 13㎞쯤 떨어진 안성시 일죽면의 돼지 600여 마리를 묻은 매몰지에는 파이프가 흉물스럽게 박혀 있었다. 이 매몰지는 주민들이 사는 집과 1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100여m 떨어진 길목에 작은 도랑이 있었다.
구제역과 관련해 ‘사퇴 배수진’까지 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2일 강원 홍천군 화천면 외삼포리 구제역 살처분 가축 매몰지역을 돌아본 뒤 “전국에 매몰지가 4천여곳이나 달하면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국민들이 2차 오염피해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매몰지역의 지하수 피해가 있는지 환경부와 행안부, 지자체와 공동 조사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이 보기에도 허점투성이가 한 두 군데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 모양이다.환경부는 앞서 한강 상수원 오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11곳 매몰지에 대해 암반이 있는 깊은 땅속까지 파내려가 지하에 물막이벽을 세우는 대형 보강공사를 실시해 침출수 유출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러나 한강 상류지역 지자체들의 1차 예비조사 결과 보강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99개 매몰지 중 나머지 67개소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로 2천 만 수도권 시민의 먹는 물이 위협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구제역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