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대보름은 예로부터 추석과 설, 단오, 한식 등 4대 명절과 함께 우리민족의 중요한 절기 중의 하나였다. 지금도 설과 추석은 명절로 지내고 있고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만 단오나 한식은 이제 명절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4대 명절에는 끼지 못하지만 정월대보름은 단오나 한식보다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다. 정월대보름은 신라시대부터 지켜 온 절기로 달이 가득 찬 날이라 해 재앙과 액을 막는 날이다. 대보름 때 행해지는 세시풍속도 매우 다양하다.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정월 14일 저녁에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거나 귀밝이술을 마시고, 팥죽을 먹는 것은 같다. 또한 달맞이를 하며 풍요와 건강을 빌고, 쥐불놀이를 하며 한해 농사에 대비했다. 지신밟기와 줄다리기, 윷놀이, 더위팔기 등도 대보름의 풍속이다. 올해는 대부분의 대보름 행사가 취소됐다. 가축 뿐 아니라 사람까지 죽이고 경제를 마비시키는 등 온 나라를 초토화 시키고 있는 저주받을 구제역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대보름 민속한마당 잔치인 고색동 민속줄다리기(코잡이놀이)가 지난 13일 고색동 큰말새마을금고 뒤에서 열렸다. 고색동은 도심지역으로서 축산농가가 없는 곳이기 때문에 개최가 가능했다. 고색동 민속줄다리기보존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지신밟기로 시작돼 당일 오전 고색동 당집에서 당제사를 거행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행사장에서 개최됐다. 농악과 풍물놀이에 이어 민속줄다리기가 열렸으며 줄다리기 후에는 소원지를 매단 달집태우기 행사가 개최됐다.
고색동코잡이 놀이는 수원화성 축성 이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행사로 수원시 향토유적 제9호로 지정됐다. 특히 고색동코잡이놀이가 주목받는 이유는 모든 행사가 주민들이 기획하고 주민들에 의해 개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주민과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해 국수와 술을 대접하는 명실상부한 마을 대동축제이다. 일제에 의해 한때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난 1990년대에 마을 주민들이 다시 복원해 지금까지 실시돼오고 있다. 고색동코잡이놀이는 마을축제의 전형이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 관광객과 내빈들도 함께 무거운 줄을 어깨에 메고 줄다리기를 했다. 주민들의 진정한 축제였던 이날 코잡이놀이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