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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통과 신뢰로 다시 태어나기

 

최근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에서 ‘위기에 강한 고신뢰 조직’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그 논문에서는 ‘고신뢰 조직’을 최악의 환경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는 조직으로 정의했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대응 역량을 제고하려는 기업들이 고신뢰 조직의 운영원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중 필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의 전문성 확보에 주목했는데, 특히 일사불란한 조직인 소방에 접목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

소방의 경우 서로에 대한 신뢰는 곧 생명이다. 함께 사선에 서야하는 동료를 믿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소방전술 전략을 전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의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소방조직은 지난 해부터 ‘화재와의 전쟁’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다. 그에 따른 직원들이 갖는 부담감도 높기에 이 부분에 대해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고 의견을 들어봤다.

비록 힘들지만 함께 극복해야 할 일이고 더욱이 앞으로의 소방은 인력과 장비 확충도 중요하지만 늘어나고 있는 업무 영역의 특성상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개인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조직의 환경변화와 목표, 추진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이야기 하니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힘들어 한 부분이 고된 훈련과 교육뿐만 아니라 왜 하게 됐는지,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갖게 될 영향력은 무엇인지, 자세히 생각하지 못한 채 지시에 의해 수동적으로 하게 되면서 힘들었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원소방서는 국내에서 제일 큰 소방서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는 다른 조직 운용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다. 상명하달식의 고답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직 상부에서 일일이 지시하고, 감독하고 모든 것이 지시에 의해서 운용될 수 있는 조직은 소규모 조직에서 가능하다.

조직이 일정 정도 커지면 그만큼 다양해지는 요구에 모두 대응할 수 없다. 조직 상부의 명령보다 조직원 개인이 직접 해결하는 대응능력이 중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제의 해결은 조직원 개개인이 능동적이며 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 때 가능해지는데 ,이것은 신뢰와 소통에 기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지난 해 12월 취임 때부터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커갈수록 오히려 각 개인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은 각 구성원이 조직을 신뢰해야 하는 만큼 조직도 그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 각자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그만큼 각 개인의 역량에 따른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은 물론 의견을 존중해 반영하는 조직문화가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이뤄질 때 진정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경영 방식의 공통점은 바로 ‘소통과 신뢰’라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도 조직원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성공한 기업이 없고 조직원 간 신뢰하지 못하는 조직문화에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하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활동지침을 지휘관이 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휘관은 전체적인 작전과정에서 투입장소의 위험도 평가와 확보된 소방력의 운용을 하게 되고 투입시점부터는 오히려 개인의 역량에 많이 기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경우에 수동적인 소방관이 생겨나게 된다면 아무리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그 작전은 원천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직원의 역량 강화는 고강도의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고도의 능력을 갖춘 소방관이라도 정말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열심히 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그가 지휘관을 얼마나 신뢰하고 또 국민에 대한 사명감이 어떠냐하는 것에 기인하게 된다.

2011년도 수원소방서의 목표는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강화된 조직, 즉 ‘고신뢰 조직’의 구축이다. /이봉춘 수원소방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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