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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 추기경이 남긴 사랑과 나눔의 정신

김 추기경은 생전에 쓴 회고록에서 “내 삶을 돌아볼 때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또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웃 형제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은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병들어가는 우리를 치유해주는 약이 된다”고 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은 16일 용인의 천주교 성직자 묘역과 명동대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장기기증 캠페인, 추모 연극이 벌어지는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열렸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가 남긴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었다. 김 추기경은 선종 훨씬 전인 1990년 1월 천주교 서울교구의 장기기증 운동을 이끌며 각막 기증서에 서명했었다.

그 약속에 따라 선종 후 각막 기증을 통해 환자 2명의 눈을 뜨게 했다. 남을 위해 자기 몸까지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생명나눔’의 고귀한 뜻을 일깨웠다. 그로 인해 전국적인 장기기증 열풍이 불어 당시 기증 희망자가 18만5천여명에 달했다. 이러한 변화가 단발로 그치지 않도록 그의 선종 이후 교계를 중심으로 생명나눔 문화를 범국민적으로 확산하는 노력이 가속화돼 신자들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장기 기증에 동참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병원과 장기 기증 등록단체에 장기 기증 신청을 낸 사람은 12만4천300여명이었다. 김 추기경이 선종했던 2009년 그해에 비하면 감소했지만 예년의 7만∼9만명 수준과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다. 실제로 김 추기경이 설립한 장기기증 단체인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의 경우 지난해 기증 신청자가 3만6천500여명으로 2009년의 3만4천명보다 많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 위기를 빨리 극복했음에도 오히려 서민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기에 치솟는 물가와 전세 대란 등 온통 우울한 소식들 뿐이다. 마음까지 얼어붙은 듯 불우이웃 돕기 성금마저 예년보다 못하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번 연말연시 모금액이 전년도의 2천228억원보다 9% 가까이 줄어든 2천40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이뤘다는 요즈음 김 추기경이 남긴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결여됐다면 그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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