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KT&G가 만드는 담배 포장지에는 암을 일으키는 각종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문이 삽입돼 있다. 그러니까 이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외국의 경우엔 아예 폐암에 걸려 죽은 사람의 시신 사진이나 암에 걸린 폐 등 끔찍한 사진을 넣은 경우도 있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코메디언 이주일씨와 가수 이남이씨도 사망하기 전까지 담배의 해악을 경고하며 금연전도사를 자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르만도 페루가(Armando Peruga) 금연운동 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직접흡연으로 510만명, 간접흡연으로 60만3천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2004년부터 세계 192개국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 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학계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정설로 굳어졌음에도 지금까지 “암이 담배를 피워 생겼다는 것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 15일에도 KT&G와 국가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12년 동안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KT&G와 국가의 위법행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흡연은 흡연자의 선택에 의한 행위라며 배상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기간 동안 첫 소송을 제기했던 7명 중 방모씨(62)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폐암과 후두암 등으로 사망해 이젠 세상이 없다고 한다. 이 지루한 담배소송에서 원고들은 패소했다. 당연히 원고 측은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불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2009년 담배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이 필립모리스에게 1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유가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플로리다법원도 흡연사망 유족에게 800만 달러 배상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담배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피울 수는 있지만 끊기는 극히 힘든 ‘마약’이다. 정부나 KT&G는 이 마약을 파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세익 증진 때문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건강이 시들어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앞으로 정부나 KT&G는 금연운동에 적극 나서고 흡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이라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