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부겸 국회의원(민주당·군포)
한나라당은 총리 벨트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진보개혁진영은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는 빅텐트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4월 재보선에서는 상호 신뢰구축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두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까지 연합정치의 모든 당사자들이 지켰으면 하는 신뢰의 원칙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에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연대와 연합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연합정치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돼버린 듯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해서는 연합정치가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첫째, 기득권이란 표현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진보란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있는 잘못된 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데서 출발한 이념입니다. 그런데 민주당더러 자꾸 기득권이라고 부르면 민주당을 욕하는 셈입니다.
둘째, 자꾸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포기할 게 무엇일까요? 호남 의석입니까? 아니면 소속 의원들이 갖고 있는 선거구입니까? 아니면 다가올 총선에서의 공천권인가요? 이것이 불분명합니다. 다른 당이 보기에 민주당이 가진 모든 것이 기득권이라는 얘긴데, 어디까지 내놓아야 되는 겁니까? 아니면 어디랄 것도 없이 그냥 알아서 다 내놓으라는 얘긴가요?
정치는 현실과 명분이 같이 가야 합니다. 민주당을 기득권이라 부름으로써 명분도 뺏어가고, 실리의 문제인 공천권도 번번이 포기하라면 민주당은 무얼 가지고 정치하라는 겁니까?
연합정치는 고도의 정치협상입니다. 논의의 범위와 깊이가 대단히 크고 깊기 때문에 당위론만 가지곤 절대 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일찌감치 수뇌부에서 논의의 가닥을 잡아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일전에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원장과 먼저 마주 앉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김해에서 벌어졌습니다. 선거 승패를 떠나 마음이 무겁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리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갈리는 이런 분열을 치유해보자고 하는 게 야권연대의 깊은 뜻이요, 정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27 재보선은 연합정치의 시금석입니다. 연대와 연합에 임하면서, 분명히 해주실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의 기본 방침은 민주당을 대체하는 ‘진보적 야당 건설’이었습니다. 즉 대체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연합을 하자는 마당이니 그동안의 ‘대체전략’을 폐기하고 앞으로는 ‘합세전략’으로 전환해주셨으면 합니다. 대체전략이 ‘민주당이 망할수록 우리 당이 더 흥할 것’이라는 기조라면, 합세전략은 ‘민주당이 흥할수록 우리도 더 흥할 것’이라는 개념이 될 것입니다.
사실 2004년과 2008년 총선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가 그렇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진보정당은 더 올라갔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진보정당의 그것도 여지없이 하락했습니다. 물론 ‘진보정당이 올라갈 때 민주당도 올라가더라.’ 라고 말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민주당으로부터 다 빼앗아 가겠다는 태도는 이 ‘대체전략’에서 나온다고 저는 이해합니다. 그래 가지고는 민주당이 응할 수가 없습니다.
‘연합정치가 실패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쪽은 민주당’이라는 전제도 틀렸을 수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던 18대 총선에서도 살아 돌아온 분들입니다. 19대 총선은 18대 총선보다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설사 선거연합이 안 된다 해도 개개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차마 내놓고 하기 어려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기득권이라 한 번 매도할 때마다 진짜 기득권자라면 두려움 때문에 한 명씩 돌아설 것이고, 매도당한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불쾌감 때문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날 것이기에, 정작 연합정치 자체가 좌초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유시민 원장을 민주당이 만나야 한다는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 원장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같이 할 정치라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정도의 헤아림은 보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사람들이 합심하는 모습, 나아가 진보세력까지 단결하는 대동의 물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바램입니다.
김해 같은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김해 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합니다. 상호 신뢰가 연합정치의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김부겸 국회의원(민주당·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