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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생활, 술부터 배워서야 되겠나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눈을 열면 심상치 않은 유린의 바람/그것은 외진 벼랑을 타고/미끄러져 내리는 살의와 이방의 꽃’ 시인 권일송의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탈출구가 없었던 암울한 독재의 시기, 이 땅의 젊은 지식인들은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독재의 광기에 분노하다가 절망하기를 반복해 온 대학생들의 음주는 어찌 보면 체제에 대한 하나의 반항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지독한 압제와 굴종의 시대가 아닌데도 여전히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가의 신학기를 앞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참가한 대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신입생 자녀를 둔 부모나 신입생 당사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취업포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OT의 가장 부정적인 면으로 과도한 음주문화를 꼽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생이 OT에 꼭 참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8.5%는 ‘와야 한다’고 답했지만 41.5%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는 음주 때문이라는 대답이 82.4%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는 대학생들 스스로도 음주에만 치우친 OT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이 부분이다. 나쁜 대물림이 되고 있으며 대학 내 음주 관련 사고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대학생 음주 사망사고는 2006~2008년 각 3명씩, 2009년·2010년 각 2명으로 5년간 14명의 아까운 청춘이 술로 인해 삶을 마감했다. 지난 20일에도 가평의 한 콘도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경찰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추락사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또 다시 대학의 강압적 술 문화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또 다시 큰 사발에 따라 마시는 ‘폭음 환영회’가 열릴 것이고 음주사고로 누가 죽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지극히 야만적인 음주문화가 군대도 아닌 지성의 공간인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사발식’ 강요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음주폐해 예방활동 권고안을 마련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권고만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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