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그프로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인기 유행어가 됐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1등 하지 못하고, 1등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사회구조를 풍자하는 뜻일 게다.
또 그 이면에는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지 못한 사회, 빈부의 차로 똑같이 재능을 계발할 기회(교육)가 상실된 사회, 그리고 사회적 지위, 혈연, 학연, 지연에 따른 불공정 세태를 원망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자조가 담겨져 있습니다.
개그맨이 말하는 1등은 아마도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자신보다 앞선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잘나가는 개그맨, PD, 연예인부터 시작해 부자, 권력기관장, 판검사, 국회의원에서 대통령까지 단계별로 수없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우리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있고, 모든 것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1등만이 영광을 받고 포상을 받는 사회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1등을 할 수 없듯이 1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항상 행복한 것도 아니다. 단지 1등은 모두가 행복하고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1등을 부러워하고 1등을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간절해 생긴 편견일 뿐이다.
1등은 1등으로서, 2등, 3등은 2, 3등 대로의 역할이 있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는 골키퍼대로, 공격수는 공격수대로 수비수는 수비수대로의 역할이 있듯이, 각자의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계발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협력해 최선을 다할 때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서로가 똑같을 수가 없다. 물론 잘하는 면도, 못하는 부분도 모두 다르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과목을 공부해도 결과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존중하고 격려해 각자의 잘하는 것을 더욱 계발하고, 서로 잘하는 것으로 각각 기여해 소득과 부를 늘리고 거두어들인 대가를 우리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공동선일 것이다.
“누군가 굿을 해야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1등을 헐뜯고, 성공한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1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1등을 하려하겠는가? 모두가 1등을 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누가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고, 일을 하고 기업을 세우고, 세금을 내겠는가?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가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굿판(일)을 벌려 서로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공동체 구성원이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 잘하는 사람은 공부로, 운동 잘하는 사람은 운동으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자의 재능에 따라 더욱 더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세상, “1등만 물 먹는 세상”이 있다. 누가 봐도 “1등을 2등, 3, 4등이 떼로 덤벼 끌어내리는 세상”은 비이성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판에는 이런 후진적인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3당합당, DJP연합, 야권연대, 연합공천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하루 아침에 1등을 꺼꾸러뜨린다. 이념과 정체성이 서로 달라도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덕적이지도 못하고 정당하지 않더라도 바로 당장 잡혀들어 가지 않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권력을 나눈다. 좋은 자리를 요구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이 베스트셀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보았다고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에게 묻고싶다. ‘1등만 물먹는 더러운 세상’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권력을 얻을 때의 정의, 즉 권력을 얻을 때에 양심적이고 공정하게 얻었는지, 자리를 탐하기에 앞서 그 자리에 따른 책임의 크기를 먼저 생각하였는지’를 말이다.
물론 1등이 아닌 사람도 언제든지 1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편법을 동원한 1등보다는 최소한 상식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깨끗한 방법으로 경쟁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제는 ‘끼리끼리 정치’, 결혼 브로커 같은 ‘정략결혼정치’를 청산할 때이다. /김효수 수원시 前 도시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