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보관돼 있던 사진 속에는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은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
아버지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던 중 간신히 찾아낸 희준에게 ‘기태와 제일 친했던 것은 동윤’이라고 말을 듣게 된다. 결국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윤을 찾아나선 희준. 하지만, 학교를 자퇴하고 떠나버린 친구는 어디에도 없다.
서로가 전부였던 이 세 친구들 사이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영화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파수꾼’은 3명의 친구들의 시점으로 각자의 현재와 과거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가 사건을 쫓는 미스터리 구조 속으로 이야기를 빨려 들어가게 하는 독특한 얼개 속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의 일은 시간순으로 배열되지 않아 초반에는 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잘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반전을 만나게 된다.
‘파수꾼’은 10대 영화가 가지는 아주 일반적인 관습에서 벗어난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루는 부모와의 갈등, 학습과 이성, 그 외 호기심 어린 사건에 대한 집착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세 친구들의 관계에만 집중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가까움도 틀어짐도 멀어짐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음으로 더욱 명확하게 그 상처와 오해를 드러낸다. 이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구조이며, 상당히 세련되고 현대적 스토리텔링의 구현이라고 말할만한 정교한 화법이다.
윤성현 감독은 “처음부터 의도했다. 마치 미스터리적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으례 생각하게 되는 전형적인 의식들을 깨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아버지가 굉장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과연 가해자가 누구인가라는 식의 생각으로 유도하고 싶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시선인지 역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그걸 통해 관객들이 각 인물들에 집중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으려는 의식에서 벗어나 이들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마지막 10분이 주는 그 가슴 먹먹하고도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감정의 무중력 상태, 그 심장의 뻐근함이 진한 마력을 선사하게 될 지 사뭇 기대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