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나무의 일품이 소나무라면 식채(食菜)의 일품은 단연 미나리다.

소나무의 정신적 품격을 높이 사듯, 미나리의 품격(?)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미나리에서 삼덕(三德)을 보았다.

첫번째 덕은 진흙탕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심지(心志)로 미나리꽝은 주로 우물가 하수구 근처에 있었다.

두번째 덕은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성품으로, 인생의 음지에서 사는 이들과 선비들에게 미나리가 주는 교훈을 생각했다.

마지막 세번째 덕은 가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다. 식용뿐 아니라 뜻을 기르는 ‘양지(養志)’였던 것이다.

미나리를 먹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우리 문헌에 미나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사열전’이며, 성종 19년(1488년) 명나라 사신으로 조선을 다녀간 동월(董越)이 쓴 ‘조선부(朝鮮賦)’라는 글에는 ‘한양과 개성에서는 집집마다 모두 작은 연못에 미나리를 심는다’는 기록이 있다. 시조에도 자주 나오는데 ‘청구명언’에 소개된 미나리 노래는 퍽 감각적이다. ‘겨울날 따스한 볕을 님 계신 데 비추고자/봄 미나리 살찐 맛을 임에게 드리고자/임이야 뭣이 없으리 만은 내 못 잊어 하노라’.

미나리는 요즘이 최고로, 날씨가 풀리기 전 얼음물에서 캐낸 미나리야말로 진짜 별미 중에 별미다. 미나리요리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 미나리강회다.

씹는 촉감과 미나리가 지닌 향취를 최대한 살린 음식으로 전통 상차림인 ‘봄삼첩’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미나리는 특히 비타민 B군이 풍부하기 때문에 춘곤증을 없애는 데 좋아 봄철이 제격이다. 그래서 ‘아무리 맛 좋은 남원의 미나리라도 여름 것은 먹을 것이 못 된다’는 말까지 생겼다. 전북 남원은 미나리가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요즘 매스컴마다 앞다퉈 전국 각처에 미나리를 소개하고 있다. 매스컴을 탄 유명 산지는 차들로 넘쳐나고, 메뉴는 미나리에 삼겹살 일색이나,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미각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철 음식이니 만큼 가까운 시장에 나가 미나리를 사다 즐겨보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이해덕 논설위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