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이제 더 이상 민주당 등 야권 쪽에서 내세우는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되었다. 무상급식의 진원지는 경기도다. 그 중심에는 진보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청 자체예산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무상급식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수차례 경기도에 손을 벌렸지만 무상급식은 예산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에 불과한 것이라며 거부 당한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우역곡절 끝에 무상급식은 시작됐다.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새학기 첫날인 2일 도내 각기 다른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틈에 끼어 식사를 같이 했다. 마치 “무상급식은 나 때문에 가능했다”고 항변하는듯 두 정치인은 학생들 사이에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학교급식에 대해 김 지사는 ‘친환경 학교급식’임을,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임을 강조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성남시 분당구 미금초교에서 ‘친환경 학교급식 팸투어’ 행사로 2학년 학생들에게 밥과 반찬을 나눠주는 급식봉사를 했다. 김 지사는 급식봉사를 마치고 “무상급식은 교육청과 시·군에서 지원하는 것이고 친환경 학교급식은 급식의 질을 높이려고 경기도가 학교급식비에다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무상급식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최대 정책과제로 추진중인 김 도교육감은 이날 김 지사와 비슷한 내용의 급식봉사 체험을 하면서 ‘무상급식’의 전면적인 시행을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파주시 금릉초교를 방문, 일일교사 체험을 하며 학생들에게도 교육청이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설명하고 식당에서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다. 김 교육감은 “아이들의 건강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발전동력”이라며 “보편적 교육복지 차원에서 경기도 전체에 무상급식이 시행되는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친환경 급식이건 무상급식이건 모두 공짜라는 사실이다. 꼭 결과를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상급식을 부르짖어온 김 교육감의 승리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 민주당이 다수인 경기도의회가 780억원의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도의 역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하자 당초 58억원이었던 예산을 대폭 증액해 400억원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두 정치인이 학교에서 할 일은 학생들이 매일 먹는 학교급식이 맛은 있는지,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가를 섭취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