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7주간의 법원 상담조정이 마무리 됐다. 상담 내내 몇 년 간의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이혼 직전의 여러 부부들이 있었는데 몇가지로 구분이 되는 듯하다. 이번에 종료된 부부는 전혀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상담이 이뤄진 두 달 동안 두 부부가 정상적으로 이야기 한 것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상담 내내 ‘안돼요’, ‘못해요’, ‘할 수 없어요’, ‘내가 왜 그래야 되나요’, ‘싫어요’등 온통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고 ‘알지만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등의 체념적인 이야기였다.
양육과 관련해서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아빠의 무능을 탓하며 비난했다. 어려우면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덕분에 초교 3년, 유치원인 두 아이는 또래들 보다 똘똘해 보였다. 그러나 학습적인 것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났다는 것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또래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정서적인 훈련이 잘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두 아이에게 아동용 문장완성도 검사를 해보았다. 큰 아이는 ‘내가 가장 행복한 때는 엄마, 아빠가 안싸웠을 때’, 내가 좀 더 어렸다면 엄마가 무서워 겁이 났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되게 무섭다(15번 반복함)’, ‘우리 엄마는 몽둥이로 때렸다’, 내가 자주하는 공상은 엄마랑, 아빠랑 안 싸웠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동생이 다칠까봐 걱정‘,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엄마이다‘, ’나는 때때로 엄마, 아빠에게 혼날까봐 걱정된다‘,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집에서 생일파티 안해준 것‘,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엄마, 아빠의 싸움‘, ’우리 엄마, 아빠는 무서워요‘등으로 답을 했다. 대부분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는 ‘새가 되어 하늘을 맘껏 날고 싶다’했다.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잠자기를 여러 차례 원했지만 엄마는 가슴을 열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아이를 자꾸 밀어냈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없어져야 할 존재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 여행, 놀이 등에 대해 욕구가 높다고 하자 부부는 금새 눈물을 흘린다.
생각해 보니 사는데 바빠 한번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보지 못했다고 한다. ‘헤어지는 마당에 가족이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 오는 것은 어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상담했던 내담자 몇 그룹이 이혼 하기전 몇 번의 하루 여행을 다녀오고 건강하게 잘 헤어졌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아빠는 원하는 눈치였으나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아 했다.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 뻔한 기회도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겠지만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배우고, 부모를 떠나서는 존재 할 수 없는데. 엄마의 사랑 방식이 조금은 각도를 벗어나 아이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엄마도 사실 피해자다. 성장하면서 엄마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들어보거나, 가족이 서로 아껴주는 화목함을 몸에 익혔더라면 지금의 어려움에서도 지혜롭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처받은 엄마를 어루만져 줄 기억 속 너머 삼신할머니를 불러내 본다. 그러면 상처받은 아이들도 치유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김미경 한국갈등관리조정포럼 前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