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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영애“모든 것 쏟아낸 첫회… 탈진했어요”

MBC 수목극 ‘로열패밀리’ 공회장

 

배우 김영애(60)가 지난 2일 시작한 MBC TV 수목극 ‘로열패밀리’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대기업 JK그룹의 공순호 회장이 피도 눈물도 없는 여걸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지난 4일 서둘러 그를 만났다.

전날 밤샘 촬영 후 몇 시간 못 쉬고 나온 길이었지만 그도 초반의 ‘후끈한 반응’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제가 놀 수 있는 마당이 주어졌다는 게 기쁘네요. 허영일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TV로 돌아오는데 근사한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평범한 엄마 역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래 기다렸죠. 이러다 일을 다 놓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렸더니 좋은 역을 만나게 됐네요.”

그의 드라마 출연은 2006년 KBS 2TV ‘황진이’ 이후 4년 만이다.

‘황진이’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행수기녀 백무를 통해 명연기를 선사했던 그는 그러나 2009년 영화 ‘애자’를 찍은 것 외에는 그 전후로 내리 ‘휴업’했다. 그러다 지난달 막을 내린 SBS TV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역을 맡아 ‘워밍업’을 한 그는 ‘로열패밀리’의 재벌총수로 본경기에 나서 첫타석에서 바로 홈런을 날려버렸다.

“‘황진이’ 이후 센 역만 들어와서 다 거절했어요. 센 역도 센 역 나름인데 작품이 다 ‘막장’이더라고요. 도저히 못하겠어서 계속 거절했죠. ‘아테나’의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중이 적었지만 역할이 새로워 맡았는데 오랜만에 연기에 발동을 거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전 어떤 작품을 하든 처음에는 신인처럼 긴장하는데, 이번에는 ‘아테나’에 이어서 하니까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됐어요. 대신 1~3회에 제 분량이 엄청 많고 워낙 강한 캐릭터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네요. 첫회 찍고 탈진했어요. 모든 것을 쏟아부었거든요.”

‘로열패밀리’는 JK그룹 2세와 결혼했으나 ‘평민’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살던 인숙(염정아 분)이 온갖 풍파 끝#

에 재벌 총수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다.

공순호 회장은 인숙의 시어머니이자 냉철한 사업가로, 그룹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집안의 ‘오점’인 인숙을 금치산자로 만드는 계획도 서슴없이 세우는 무서운 인물이다. 사고로 죽은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혼절한 인숙을 가리켜 “저거 치워!”라고 차갑게 지시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냉기가 쩍하고 퍼져나왔다.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공 회장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돼서인지 모르겠지만 날 때부터 그 많은 걸 가졌다면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가 생길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아요. 전 실제로는 로열 패밀리들을 전혀 몰라요. 그래서 그들을 접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언행과 사고방식, 표현방식 등에 대해 들어 참고하고 있어요. 특정인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드라마는 그런 공 회장이 자신이 무시하고 제거하려고까지 했던 며느리 인숙으로 인해 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김영애는 공 회장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할까.

“제가 살아온 경험을 돌아보면 20대 때 사고 쳐서 일을 쉴 때 끼니 걱정을 한 적도 있어요. 집에 손님이 왔는데 소주를 대접할 돈이 없었죠. 또 첫 번째 이혼을 하고 나올 때는 빚만 2억 원이었어요. 반면 사업이 잘됐을 때는 경제적 여유를 누렸어요. 두 극단을 경험하면서 돈은 참 편리하지만 그것으로 행복은 살 수 없음을 알았어요. 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도 새삼 느꼈고요. 공 회장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회사의 확장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이 무너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행복할까요?”

실제의 그는 인정 많고 의리 있으며, 개구쟁이 기질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혹독한 완벽주의자이자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점은 일견 공 회장과 닮았다.

그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사업에 매진하려 잠시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연기를 안 하자 마음에 병이 들어 ‘황진이’로 복귀한 그다.

“딴 데 욕심은 없어요. 오로지 배우로서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예쁜 여자가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저건 김영애밖에 할 수 없다’는 말 듣고 싶어요. 사업도 해봤지만 사업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1이라면 연기를 통해 얻는 것은 10이에요. 비교할 수가 없죠. 연기는 제게 산소이고 공기이고 치료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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