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석간과 4일자 조간신문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무릎 꿇은 사진이 실렸다. 옆으로는 같은 모습을 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사진도 실렸다. 다름 아닌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대통령 내외와 민주당 대표가 기도하는 장면이다.
이 같은 장면은 길자연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예정에 없이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1분 간 통성으로 기도를 하자”고 제안한데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개신교 장로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민망스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을 보면 기도를 한다기 보다는 왠지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왜일까?
이날 이 대통령은 기도회에서 “한국 교회가 사회적 갈등의 매듭을 풀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가교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겸손하며 자신을 절제하는 자세가 지금 우리 사회가 화합을 이루고 성숙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동의 정치 불안으로 국제정세가 매우 불안하고 세계경제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채권(수쿠크)법’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일머니, 즉 중동 석유자금 유치를 위해 이슬람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개신교계 일각에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날 대통령을 ‘무릎 꿇게 만든’ 길자연 목사는 지난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 이슬람채권법을 직접 거론하며 총선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장본인이다.
홍콩으로 출국해 이날 참석은 못했지만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계속 이슬람채권법을 추진하면 대통령 하야운동까지 벌이겠다고 했다. 이래저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으로서는 퍽이나 난감했을 터에 무릎을 꿇은 사진은 ‘죄인의 심정이 된’ 여느 나약한 필부(匹夫)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안쓰럽기는 민주당 손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개신교계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였는지는 몰라도 과연 그것이 그의 진정한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기독교에서 통성 합심기도는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무릎을 꿇고 하는 기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도의 방식이야 전적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에게 달렸다고는 하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자리에서까지 꼭 그랬어야 했는지는 어쨌거나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