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이 또 떨어졌다고 한다. 가계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저축은 미래를 대비한 투자재원으로 경제성장과도 직결된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8%로, 비교 가능한 20개 회원국의 평균 저축률 6.1%에 크게 못미쳤다.
한국의 저축률은 ‘소비왕국’이라는 미국에 조차 역전된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비를 줄여 저축률이 크게 올랐다. 미국의 저축률은 2007년 2.1%에서 2010년에는 5.7%를 기록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인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저축률의 하강압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률의 끝없는 하락 원인으로 우선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지출은 크게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연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은 1980년대 16.9%였으나 1990년대 들어 12.7%로 하락하고 2000년대에는 절반 수준인 6.1%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소득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전국 2인 이상 가구 실질기준 82.2%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경직성 비용이 늘고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 등이 과중해진 탓이다.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통신비 및 문화비도 가계지출을 늘렸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는 저축 유인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 했다.
지나치게 낮은 가계 저축률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저축률이 떨어질수록 그만큼 기업의 투자 재원이 줄어들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감소한다. 기업의 투자가 줄면 생산이 둔화돼 수출과 경제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약화되면 내수시장이 침체된다.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취약 계층이 늘면서 정부의 복지재정 부담도 늘어나고 금융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저축률 급락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지금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저축률 추락이 소비가 늘어서라기보다는 소득 감소로 인해 저축이 줄어든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달해 이자내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저축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저축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줘야 저축 여력이 생길 것이다. 준조세 성격의 사회 부담금도 경감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