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눈이 많던 지난 겨울, 살살 다가오는 봄이 얄궂기만 하다.
누구인들 봄을 반기지 않을까만은 유례없던 폭설로 수시로 제설작업에 동원됐던 이런저런 관계인들의 봄을 맞는 심정은 남다를 것이다.
내 집 앞 눈치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네 눈 치우는 일은 현장공무원들과 관(官)에서 주는 작은 직함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4개 동(洞)의 지역구 시의원인 나도 동네 눈 치우는 일에 종종 부름(?)을 받곤 했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가지 못해 불과 몇 번 참석했을 뿐이다.
바로 그 몇 안 되는 눈치우기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무리의 동네 단체원들과 안 되는 삽질, 비질을 해가며 얼어있던 눈을 한창 깨고, 쓸고 있을 때다. 엄마와 아이로 보이는 이가 내 옆을 지나 앞으로 가며 작은 소리로 한마디 한다.
“저 봐, 공부 안하면 저렇게 몸이 힘든 일을 하는 거야..”내 아이가 어렸을 적에 나도 몇 번은 써봤음직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그 말, 그 논리가 예사롭게 넘어가지질 않는다.
‘가만, 시의원은 몸으로 일하는 사람일까, 머리로 일하는 사람일까….’
물론 그 엄마야 눈 치우는 우리의 신분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시의원’이라는 일 또는 직(職)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주민의 선택을 받아 주민을 대표하는 시의회 의원으로 일하게 된지 어느덧 8개월. 이제 겨우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밖에는 지나지 않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의회에서 조례를 발의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일련의 의회 관련 업무를 할 때는 내가 머리 쓰는 일을 하는 사람 같고 또 지역행사에 참여하거나 민원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는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나같이 시민이나 국민을 대표해 일하는 선출직 신분의 모든 사람을 마음 쓰는 일을 하는 ‘마음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싶다.
선거, 유권자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하면 그 어떤 화려한 경력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역민원, 힘으로도 무엇으로도 해결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그 것을 알기에 시민들은 문제해결에 성의가 있는가 없는가를 더 눈 여겨 본다. 우리 모두 ‘진정성’과 ‘소통’이 마음을 잘 쓰는 핵심임을 알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것은 지식으로도 기술로도 습득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 노동’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마음을 골고루 공평하게 써야 하기 때문일 게다. 고개조차 어느 한 쪽에 더 치우지지 말고 양쪽에 골고루 돌리고 바라보라는 어느 선배정치인의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마음 노동’, 어렵고 힘들지만 그러기에 보람도 더 큰 것은 아닐까. /박완정 성남시의원(한·분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