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기업 양극화의 주된 해법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곤 한다. 재계 총수들은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임을 강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가 경제의 밝은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 그룹의 계열사가 줄어들기는커녕 마구 불어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런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계열사 현황 조사에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재벌의 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월초 현재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51개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1천364개로 불과 11개월 사이에 100개(8%)나 늘어났다고 한다. 경영난 등으로 계열사가 줄어든 곳도 있지만, 주요 대기업 그룹은 대체로 계열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그룹들이 규제 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내 회사에 순자산액의 40%를 넘겨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된 것도 이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1999년에 부활했다가 2년 전 국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0년만에 폐지됐다. 법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계열사를 세우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시장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침범해 우량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킨다면 이는 기업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한때 중소기업 고유업종이었던 분야에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동반성장 실현에 이바지한다고 자부하는 대기업들 가운데는 이런 비판을 두고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며 억울해하는 곳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산정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동반성장이 ‘동상이몽’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들이 진정성을 갖고 일관된 자세로 동반성장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평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동반성장 하자고 해놓고 계열사 늘리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뒤통수를 치는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동반성장을 하려면 먼저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