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892~1927)의 소설 ‘거미줄’은 인간의 구원을 테마로 다룬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연못가를 산책하던 석가모니가 우연히 아름다운 연꽃 사이로 물 속 지옥을 들여다 보게 된다.
거기엔 아주 못된 간다타라는 도적이 있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살인과 방화 등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못된 범죄자도 생전에 단 한 번 선행을 베푼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거미를 밟아 죽이려다가 문득 작은 곤충에게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살려준 것이었다.’
석가모니는 이 일을 생각해 내고는 간다타를 구해주기로 하고 지옥에 거미줄을 내려준다.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던 간다타는 소생한다는 기쁨에 기뻐하며 거미줄을 잡고 올라가다가 아래를 보니 무수한 사람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거미줄이 끊어질까 두렵던 간다타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나쁜 놈들아. 이 줄을 놓지 못 해. 이 줄은 내 거란 말야.” 순간 거미줄은 툭 하고 끊어졌고, 간다타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석가모니는 인간의 이기적인 자기애를 경멸하며 연못을 떠난다. 만일 간다타가 그를 따라 줄을 타고 올라오던 죄인들을 함께 데리고 올라왔다면 석가모니는 어떻게 했을까. 소설은 인간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리비아의 독재자인 무하마르 카다피가 자기 나라 국민 수천 명을 죽이고도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고 정신 나간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선한 지도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다피는 나름대로 선행을 했다. 그중에 하나가 자신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이 다닌 런던정경대(LSE)에 장학재단을 설립한 일이다.
LSE는 2009년 이 재단에서 북아프리카 연구 프로그램 명목으로 30만 파운드(약 5억6천만원)를 받아 북아프리카 정치경제 사회분야 연구 활동에 썼다.
또 차드·니제르·수단·말리 등 아프리카 빈곤국에는 원조와 투자 명목으로 돈을 뿌렸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에 선출된 뒤에는 콩고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선한’ 독재가 위선이었음이 이번 리비아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와 끝 모를 카다피의 악행을 보면 ‘인간’이니, ‘구원(救援)’이니 하는 말조차도 갑자기 어색해진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