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린 이는 얼마전 선종 2주기를 맞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김 추기경은 1990년 1월 천주교 서울교구의 장기기증 운동을 이끌며 각막 기증서에 서명했었다. 그 약속에 따라 선종 후 각막 기증을 통해 환자 2명의 눈을 뜨게 했다. 남을 위해 자기 몸까지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생명나눔’의 고귀한 뜻을 일깨웠다. 그로 인해 전국적인 장기기증 열풍이 불어 당시 기증 희망자가 18만5천여명에 달했다.
그의 선종 이후 교계를 중심으로 생명나눔 문화를 범국민적으로 확산하는 노력이 가속화돼 신자들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장기 기증에 동참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병원과 장기 기증 등록단체에 장기 기증 신청을 낸 사람은 12만4천300여명이었다. 김 추기경이 선종했던 2009년 그해에 비하면 감소했지만 예년의 7만∼9만명 수준과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다.
실제로 김 추기경이 설립한 장기기증 단체인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의 경우 지난해 기증 신청자가 3만6천500여명으로 2009년의 3만4천명보다 많았다. 이 단체는 특히 청소년들이 생명나눔 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부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 학생 447명이 8일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 사랑과 나눔 운동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 대학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독교 정신인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이날 오전 학교에서 장기기증 서약식을 가졌다. 학생들은 동문이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인 심현동 목사로부터 생명의 고귀함과 장기기증의 의미,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듣고 유석성 총장의 장기기증 서약에 이어 서명에 동참했다.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지난달 15일 장기기증을 서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집무실에서 장기기증 서약서를 작성한 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역본부에 전달했다. 김 교육감은 “장기기증 운동이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널리 확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을 마치 헌혈처럼 당연시하는 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