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시아권에는 한국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문화한류’가 불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앙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상황에 한국 연예계의 추한 이면도 함께 알려지고 있어 망신이 이만 저만 아니다. 2년 전 고 장자연(당시 29)씨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한국 연예계의 치부를 만 천하에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많은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그러나 수사가 흐지부지 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검찰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씨 등 2명만을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유력 인사들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바 있었다. 당시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리스트에 있기에 감추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하는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사가 “장자연이 남긴 50통의 자필 편지를 입수했다”며 “편지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여 차례 이상 술접대와 성상납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인은 편지를 통해 자신과 함께 접대자리에 동석했던 연예지망생 가운데에 10대 후반과 20대 초반도 많았다며 복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의 죽음 이후 이른바 ‘장자연법’이 논의 됐으나 아직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경찰은 사건 당시 이 편지를 제대로 조사도 안했고 근거 없는 ‘추측성 편지’라면서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며 “검찰과 법원도 술자리를 만든 사람만 처벌하고 이른바 ‘악마’들은 처벌하지 못했다”고 높은 강도로 비판했다. 이를 정치공세라고만 할 수는 없다.
들끓는 국민 여론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검찰과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하고 처음부터 재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 연예인이나 지망생들을 술자리에 내몰고 성접대까지 이르게 하는 한심한 연예계 구조도 이 기회에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사 간부까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하면서 다시 한번 관계기관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 우리 사회가 더 무너져 내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