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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향기에도 건강을 담는다

 

출근전쟁이 시작되는 아침, 꽤 많은 사람들의 손에는 갓 내린 따뜻한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져 있다. ‘모닝커피’라는 말이 일상화 돼 있을 정도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 한잔으로 출근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향긋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커피 향과 마찬가지로 건강식품의 대명사인 인삼 또한 그 향이 남다르다. 향기만 맡아도 왠지 모르게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인삼, 하지만 이러한 느낌이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연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약리학자 라친스키는 1866년 자신의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인삼뿌리에 0.65% 정도의 향기성분이 있다는 것을 발표했고, 이어 여러 학자의 연구를 통해 이 향기성분을 밝혀내고 이를 ‘파나센(Panacene)’이라 명명했다.

인삼 향의 주요 성분인 파나센은 테르펜계의 화합물로서 그윽하고 신비한 향취를 풍긴다. 중국 명나라 학자 이시진이 집필한 약학서 ‘본초강목’에서도 인삼을 먹으면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이라 하여 이를 씹어 먹으면 그 향으로 인해 사람의 마음이 알 수 없이 황홀해 진다고 했다.

인삼의 향기 성분인 파나센의 약리효과는 속속 밝혀지고 있다. 파나센은 인체의 보온 작용 및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몸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인삼 성분과 상호작용해 혈당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당뇨병으로 인해 심하게 목이 마르고 온 몸이 나른한 데 약효가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각종 스트레스 및 유해 질병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어댑토겐(adaptogen)이라는 효과가 있어 신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이로 인해 쉽게 피로하지 않고 환경에 보다 쉽게 적응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삼의 정유 성분은 향기 치료에 적용돼 기분 전환,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고려인삼은 향기가 남다르다. 인삼의 주요 향기 성분인 베타 파나시센(β-panasinsene)과 감마 무론렌(γ-muurolene)의 조성비가 고려인삼 중 홍삼이 1.29, 백삼이 1.50으로 중국산 홍삼의 0.58, 백삼의 0.57과 비교했을 때 베타 파나시센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보고됐다. 이 때문에 고려 인삼은 특유의 구수하고 단 냄새가 강한 반면 중국삼은 흙냄새, 풀냄새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이적인 향은 홍삼의 원산지 판별에도 도움을 준다. 향의 특이 성분을 분석하는 전자코(Electronic nose)를 이용하면 고려인삼과 중국삼을 구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려인삼의 가공형태도 파악 할 수 있다.

한편 인삼 향을 활용한 맥주, 커피 등이 시판 되고 있고 다른 식품에도 좋은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인삼이 본래 재료의 고유한 맛을 해치지 않고 다른 재료들과 잘 어우러져 좀 더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삼 향은 그 효능은 물론 쓰임새 또한 아주 다양하고 우수하다. 지금까지 인삼 연구는 주로 인삼의 가장 대표적인 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사포닌 이외에도 인삼의 향기·성분 등 다른 좋은 성분이 많이 존재하므로 앞으로는 이를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돼져야 할 것이다.

향기만 맡아도 기운이 샘솟는 우리 고려인삼으로 우리 모두가 활기찬 새 아침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이혜진 농촌진흥청 인삼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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