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한국인은 과거보다 행복할까.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세계인 가치관 조사’ 2007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평균 63.22점으로 집계됐다.
세계 평균 행복지수는 64.06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1.25이다. 그리고 2010년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은 2년 전에 비해 더 불행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97개국 중 58위이다. 날로 높아지는 자살률이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한국인은 매일 35명 꼴, 40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세계가 놀랄만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다지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니 놀랍다. 행복이 물질 따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우리들은 분명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행복하지 못하단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많고 이것이 점차 증가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그럼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행복은 ‘사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나와 가족, 나와 친구, 나와 일, 나와 관계된 사람들, 즉, 나를 중심으로 한 모든 관계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런 저런 관계들 속에서 살아간다. 이 모든 관계를 얼마나 잘 맺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행복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인생이 성공하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 일단 소통이 잘 돼야 한다.
예로부터 이러한 좋은 관계의 철학을 깊이 사유하고 생활 속에 실행해 온 민족이 바로 우리의 조상들이다. 오늘 한국인의 불행은 조상이 남겨준 ‘홍익인간’이라는 만물의 관계를 통찰한 너무도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소홀히 하고 과학기술과 물질만능의 현대 서구문명에 경도된 당연한 결과이기도하다.
서구의 인간관이 범하고 있는 최대의 오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흘려버린 것이다. 인간을 도외시한 것이다. 나의 자아실현이 나에게 관계되는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는 것이 서양 문화가 빚은 과오다. 이제 우리는 ‘온고지신’을 되살려 인간, 가정, 국가 사이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고 모든 만물이 상생하는 선순환의 세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 지고한 가치를 생활 속에 끊임없이 각인하고 성찰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한 톨의 싹을 틔워 열매로 수확하는 농부의 진정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될 수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은 반드시 먹을 양식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소중함에서 만이 아니라 농업과 농업인이 열매를 가꾸는 태도와 지혜에서 세상만사도 충분히 귀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농부는 우선 좋은 씨앗을 구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며 이를 좋은 옥토에 뿌리고 물과 공기 햇빛을 주어 싹을 틔우며 열매를 맺을 때 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여기서 모름지기 관계를 선의라는 생명의 씨앗에서 시작하고 사랑, 예절, 도리로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정성껏 키워나가면서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겸허함과 과욕을 절제하는 마음, 나와 연관된 모든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선한 농부의 마음이 귀중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순환을 통해 생명체의 생멸의 본질을 관찰함으로써 상생의 삶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늙은 농부의 깨달음 또한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돌아가 한 톨의 씨알이 시나브로 퍼져나가듯이 상생의 선 관계를 우리 주변에서부터 우선 몸소 실행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홍익인간’ 구현의 시대적 소명에 대해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