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은 서로 다른 직업과 개성을 가진 32인이 합창단을 구성, 두달여간의 연습 끝에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며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이 프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킨 인물이 있다면 합창단의 지휘봉을 잡았던 박칼린, 그리고 ‘넬라판타지아’의 솔로파트를 맡아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천상의 목소리’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배다해가 있다.
배다해가 지난 11일 수원시립합창단과 휴먼콘서트‘달콤한 합창이야기’ 공연을 위해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았다.그는 이날 공연에서 “예전 성남 수지에 살아서 그런 지 수원엔 친구들도 많고 전혀 낯설지가 않다”면서 “수원시합과 함께 합창 공연을 하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자주 수원시민들을 찾아뵙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다해는 ‘남자의 자격’을 통해 유명세를 치른 후 그룹 바닐라 루시를 탈퇴하고 전격 솔로로 변신, 지난 2월 솔로 디지털 싱글 앨범 ‘어떻게 니가’를 발표했으며, 뮤지컬 <셜록홈즈>에도 여주인공 ‘루시’역으로 캐스팅됐다.계원예고를 거쳐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현재 대중음악 가수로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를 만나 성악을 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활동 계획, 가수로서의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가수 배다해(28)의 첫 인상은 활기가 넘쳐 보였고, 기자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면도 지녔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프로로 인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남모를 고민과 아픔도 갖고 있었다.
그는 바빠진 일상이 실감 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전혀 못했어요. 남자의 자격을 촬영한 후 초반 저에게 보이는 관심에 대해 ‘잠깐 하루, 공중파의 힘, 새로운 얘가 나왔으니까. 그리고 가수인데 성악을 했으니까 특이해 관심을 갖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회사 홈피가 다운되고,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7만명 이상이 되는 등 점점 관심을 가져 주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놀라움과 함께 두려운 느낌도 들었어요.”
그는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편이라고 한다. 항상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여겨 당시 자신감도 없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대중에게 노출된 데 대한 두려움도 충분히 있었으리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혹독하게 굴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모든 일을 해 나가는 편이다 보니 수면 위로 갑자기 부상했을 때, 가장 먼저 든 느낌이 두려움이었죠. 내가 뭘 보여 드려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막막했죠.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훈련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대중들이 기대하는 반이라도 충족을 시켜드리기 위해서는 인기 같은 건 실감할 새가 없을 거 같습니다. 돈을 좀 많이 벌었을 때, 개런티가 많아 졌을 때가 되면 ‘인기가 많아졌구나’실감할 거 같아요.(웃음)”
배다해는 자신이 ‘천상의 목소리’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수식어라 생각해요.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천상의 목소리’라 하지만 아닐 때가 더 많은 거 같거든요.(웃음) 때문에 목소리에 중점을 둬야 할 지, 아니면 감성, 노래 분위기에 중점을 둬야 할 지 많은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노래를 하면 되겠더라고요.”
그에게 성악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을 때 적지않게 당황했다. 너무 솔직한 답변 때문이었다. 그는 성악을 하게 된 것은 부모님 의향이 많이 반영됐고, 자신은 연극이나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요대회에 나갔는데, 1등을 차지하게 됐어요. 많은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이 때부터 부모님께서 성악 쪽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거 같아요.”
그는 이처럼 말하긴 했지만, 가정형편으로 유학이 힘들어지면서 성악을 포기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도 무척 아쉬워했다. 당시 성악을 포기했을 때 졸업 공연 음악을 틀어 놓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이유에서 성악을 접고 대중음악의 길을 선택했지만, 대중에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성악적인 모습’이라는 점도 무척 아이러니하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가장 두려워 했던 점이 성악적인 부분이었어요 뭘 하던지 성악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으로 알려지게 돼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대중음악을 하기 위해 나왔는데 빛을 발하지 못했고, 성악적인 부분으로 관심을 받게 됐으니까요. 우선 무조건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에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힘들고 부담스럽고 가수로서 혼란스러웠던 점은 감출 수 없네요.”
남자의 자격 합창단 시즌 2가 결성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에게 결성된다면 한 번 더 참여할 의향이 있는 지 물어봤다.
“불러주시면 영광이고 감사한데, 전 합창단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은 다 했다고 봅니다. 자신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안 불러 주실 거 같아요.(웃음)”
배다해는 롤 모델로 가수 이소라를 뽑았다. 분위기나 성향을 닮고 싶은 것 보다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 등 삶에 묻어나오는 이소라만의 음악을 가슴으로 느꼈고, 그런 감성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음악으로 얘기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감동이 있고 감성이 살아있고 교감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일방적으로 부르고 그 노래를 청중이 듣는 것보다 청중이 내 얘기처럼 와닿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내가 아프면 듣는 사람이 안아 주고 싶기도 하고, 청중이 슬플 때 내가 위로를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노하우도 있어야 하고 실력도 키워야 해요. 내년이 될 지, 아니면 10년, 20년 그 이상이 걸려도 저에게 관심을 갖고 제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한번 듣고 싶어요.”
그는 솔로 디지털 싱글 ‘어떻게 니가’ 발표 이후 5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 앨범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반적인 컨셉트는 자신이 목소리를 한층 살릴 수 있는 감성 발라드 풍의 노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제 스스로 인기가 있구나’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래서 저는 팬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단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가족처럼, 친누나, 친언니처럼 팬들과 함께 하는 가수로 남고 싶습니다.”
/사진=이준성기자 oldpic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