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초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로서 지난 1896년 개교 후 11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학교는 SK그룹의 창업주인 故 최종건 회장, 故 심재덕 수원시장, 박찬숙 앵커, 세계적인 태권도 사범 이준구 씨 등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그동안 3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이지만 현재 210명의 학생만이 재학 중이다. 그 이유는 구도심의 쇠퇴 때문이다. 원래 신풍동을 중심으로 한 성안은 조선시대 화성행궁과 이아, 군영 등 관아들과 팔부자 거리 등이 있었고 해방 후에도 옛 수원군청, 수원경찰서, 도립병원, 청과물시장 등이 있었던 수원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문안(성안)사람’이라고 불렸고 부자들과 중산층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동수원, 영통 등지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팔달문 인근에 형성됐던 대표적인 상권도 사양길에 접어들어 타 지역에 옛 영화를 넘겨줬다. 제일 먼저 젊은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고 취학연령의 어린이들이 줄어들면서 유서 깊은 신풍초등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수원시가 화성행궁 복원을 추진하며 옛 화성행궁 터에 위치한 신풍초등학교를 광교택지지구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화성행궁은 조산시대의 지방관아 겸 왕의 임시 궁궐이었다. 그리고 신풍초등학교 자리는 원래 우화관(于華館)이라는 화성유수부의 객사가 있던 자리다. 이 우화관은 일제에 민족정기 말살 정책에 의해 화성행궁이 헐릴 때 함께 사라졌다. 그 자리엔 신풍초교가 건립됐다. 바로 이것이 수원시와 신풍초교 측, 아울러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빠져있는 딜레마다. 화성행궁을 모두 복원하기 위해서는 115년 전통의 신풍초교를 이전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동문들과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지난 2003년부터 학교 이전을 준비해 왔다. 시는 2008년부터 본격화된 화성행궁 2단계 복원사업으로 학교를 광교택지지구로 이전하고 이곳에 우화관을 복원할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함께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화성행궁은 복원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115년이란 역사를 지닌 신풍초교 역시 수원시의 귀중한 역사인 것이다. 따라서 수원시는 신풍초교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학교 동문회와 학부모, 교육당국의 의견을 존중해 솔로몬의 지혜를 도출해 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