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가 오는 28일부터 5월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조선왕실 의궤를 약탈해 간 뒤 무려 145년 만의 귀환이다. 파리를 방문 중인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외규장각 의궤 협상팀은 16일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외규장각 도서 환수를 위한 약정에 서명함으로써 마침내 고국 땅을 밟게 됐다.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를 통해서였다. 이로 인해 반환운동이 일어났고, 1993년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2001년까지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다가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5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한 대여 형태로 반환하는 데 합의하면서 결실을 보게 됐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의궤는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 ‘장례도감의궤(葬禮都監儀軌)’ ‘천릉천원도감의궤(遷陵遷園都監儀軌)’ ‘친경의궤(親耕儀軌)’ ‘영정도감의궤(影幀都監儀軌)’ 등 191종 298권이었다. 이 가운데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영구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국내에 있는 의궤 가운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천940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490권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어람용(御覽用·임금이 열람하도록 고급스럽게 꾸민 의궤)과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문화재청은 이들 의궤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강화도에서 보관해야 맞는다는 의견이다. 특히 지난해 강화역사박물관이 건립돼 이곳이 보관 장소로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외규장각은 규장각의 부속기관이었다. 즉 규장각의 도서들 가운데 항구 보존의 가치가 있는 책들을 별도로 보관하는 외곽 서고로 1781년 (정조 5) 강화도의 행궁지에 설치됐다. 창덕궁 규장각과 구별해 외규장각이라고 했다. 따라서 강화도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온전한 귀환이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들 도서가 5월까지 모두 한국에 돌아오면 반환을 기념해 전통 의례에 따른 기념행사와 특별전시회(7~9월)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행사는 물론이고 보관장소를 정함에 있어 강화도가 홀대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차원의 세심한 배려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