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아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숨조차 스스로 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가까스로 연명하다 보니 당장 올해 사업이 차질을 빚을 판이다. 정부가 긴급 수혈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16일 당정협의를 거쳐 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만든 ‘LH 구하기’ 정부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진단에 따르면 LH의 올해 사업에는 모두 30조원이 필요하지만 토지·주택 등의 판매 부진과 채권 발행 난항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6조원가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정부가 내린 처방은 LH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한 신용 보강, LH 미매각 자산 판매방안, 보금자리 주택 건설 차질 최소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다. 일단은 LH가 숨통을 틀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는 그냥 넘길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가 또 걱정이다.
옛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탄생한 LH의 부실 문제는 어제 오늘 부각된 것이 아니다. 작년말 기준 전체 부채가 125조5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59%에 이른다. 금융부채가 90조7천억원이어서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데도 LH는 사업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이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국책 또는 지역 민원 사업이어서 지역 주민과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민원을 막아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지원방안으로 LH의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LH의 부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긴급수혈과 같은 단기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회생 방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LH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414개 사업을 이 상태로 진행한다면 3년 뒤인 2014년에는 부채규모가 지금의 2배가 넘는 25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LH가 작년 말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면 인원 감축, 임금 일부 반납, 국책사업 외 일부 사업의 철회, 축소, 연기 등 구조조정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런 자구 노력을 방해하는 것은 정치권이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내 지역 사업은 절대 손을 대면 안된다는 막무가내식 압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틈만나면 LH의 부실을 지적하는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정부는 외풍 차단으로 LH의 정상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