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역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여러모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영역이다. 독일 관념론의 완성자인 헤겔은 그리스를 서구인의 고향으로 묘사함으로써 서구 문화에서 고대 그리스가 차지하는 위치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정치 질서로 널리 인정받게 된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도 고대 그리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20세 이상의 아테네 자유 시민인 성인 남성만이 시민권을 향유했을 뿐이고 노예와 여성은 그런 권리를 부여받지 못했을 정도로 제한적이었으나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방자치에서 법적으로 평등한 주민들의 총의에 의해 자치단체의 의사가 결정되고 지방자치가 운영되는 이른바 직접민주제가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방자치에서 그 구역과 주민수 등에 비춰 기술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대표기관으로서 의회를 구성하는 이른바 대의제가 보편화되고 있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전방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민의의 산실이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지방의정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해 의정활동 수행에 많은 제약과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중앙정치권의 부도덕함과 선거제도의 모순 등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마치 지방의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지방의회는 다른 지자체 혹은 중앙정부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방의회의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먼저 지방의회의 자치 입법권의 강화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의 범위에 대한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는 중앙과의 관계에서 자치를 생명으로 한다. 즉 지방의회는 스스로가 대의기구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지역문제 해결에 전념하되 중앙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지역주민의 뜻에 따라 지역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회의 활성화와 관련해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참여의 기능 활성화를 통해 의원과 주민의 신뢰관계를 높이고 투명한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존경받는 의원이 됨은 물론, 지역발전과 지역의정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모이다’란 어원을 가진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가지에 있는 광장으로 민회나 재판, 상업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아테나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 공간이었다. 오늘날 지방의회의 이상을 ‘아고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순자 인천동구의원(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