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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달빛 길어올리기

그가 한지(韓紙)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열일곱, 6.25 한국전쟁이 나던 해였다. 선친이 조부의 대를 이어 한지 만드는 일을 했는데 어깨너머로 배우며 재미를 붙인 것인 것이 평생의 업이 됐다. 선친의 뒤를 이어 전북 전주와 임실 등지에서 ‘신일한지’라는 이름으로 한지를 만들었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이 손 종이는 창호지라고 불렀다. 한지는 서양 종이인 양지(洋紙)와 구별하기 위한 말이다. 양지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지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종이였다. “6.25가 끝나고 전쟁 통에 불타버린 문서들을 다시 만들면서 한지 수요가 엄청났어요. 그 때는 돈도 제법 벌었지요. 하지만 그도 잠시 뿐이고, 양지가 대량 생산되면서 힘들어졌습니다. 한지 만들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갔고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인 지장(紙匠) 장용훈 선생의 얘기다. 그가 지금의 가평으로 들어 온 것은 1977년이다. ‘가평 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서 였다. 실제로 ‘가평 닥’은 예로부터 유명세를 탈 만큼 질이 좋았다. 그가 들어올 당시만 해도 수십여 농가에서 가내수공업으로 한지를 만들고 있었다.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이란 말이 있다. 비단이 오백년을 간다면 한지는 그 배인 천 년을 간다는 말이다. 한지의 진가를 먼저 알아준 곳은 일본이었다. 이러한 한지의 우수성을 눈여겨 본 일본인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비로소 국내에서도 한지의 가치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상호를 ‘신일제지’에서 ‘장지방(張紙房)’으로 바꾼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임권택(75) 감독의 101번째 영화인 ‘달빛 길어올리기’가 지난 주 개봉됐다. 이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복본(複本) 사업을 진행하는 전주시청 공무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라져간다는 것은 서글픈 것이다.’ 영화가 던지는 메타포(metaphor)다. 영화의 시작은 제목만큼이나 무척 서정스럽다.

그 달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고 음악은 그 추억을 아련하게 만들어준다. ‘달빛 길어올리기’를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자는 운동(?)이 기업과 불교계, 영화 촬영지인 전주시를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다. 임 감독이 1993년 만든 ‘서편제’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관람하고 난 뒤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서울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천년학’이후 4년 만에 신작을 낸 임 감독이다. ‘달빛...’은 거장(巨匠)의 연륜이 만들어낸 영화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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