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 아까운줄 모르고 흔한 물을 마구 써댄다는 말이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국토에는 예로부터 물이 풍성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물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화장실협회(회장 조용이·WTA)에 따르면 화장실과 물 부족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80만명이 설사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미국의 환경·인구 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지부티.쿠웨이트.싱가포르 등 19개 나라를 ‘물 기근 국가’, 리비아·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벨기에·한국 등은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심지어는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먹는 물 공급과 수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유엔은 1992년 제46차 총회에서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공식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8억t, 2016년 10억t의 수자원이 부족하고, 2025년에는 생활·공업용수로 하루 382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이유는 수자원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강수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때 물을 모아두지 않으면 일년 내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여름에 집중되는 빗물을 가둬두기 위해서는 댐·저수지 등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댐의 저수 가능 총량은 177억t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신규 댐의 건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해당 지역민들은 환경파괴와 생존권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수돗물을 마구 쓰는 이유는 물 값이 싸다는 데 있다고 한다. 수도 요금은 덴마크가 t당 1만1천344원, 프랑스 4천599원, 독일 4천8원, 영국은 2천608원인데 비해 우리는 609원으로 아주 낮다. 물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 요금의 적정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먹는 물로 인식되는 상수도만 존재한다. 허드렛물을 모아 두었다가 꽃밭에 주거나 화장실 변기물로 이용하는 중수도 개념을 하루빨리 일반 가정에 도입해야 한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