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세상을 떠난 故 사운 이종학 선생은 대한민국 정부가 회피해 온 독도문제에 자신의 사재를 들여가며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등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 맞선 재야 서지학자였다. 그분은 1980년부터 일본을 50여 차례 드나들며 일본 국회 도서관, 고서점 등에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증거가 담긴 지도와 자료들을 끈질기게 찾아냈다. 이 자료들로 인해 울릉도의 명물인 독도 박물관이 생겼고 이종학 선생은 독도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3년만에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정부의 미온적인 독도정책에 분노했던 것이다.
그가 수집해 기증한 독도 박물관 전시 자료들은 일본 스스로가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히 기록했던 역사적 증거품들이었다. 이처럼 확실한 증거 자료가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독도발언과 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1999년 발효된 新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대한민국과 일본의 독도에 대한 권리는 대등해졌다. 독도주위의 해역을 ‘공동관리수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처럼 일본이 집요하게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무대응이 전가의 보도인양 침묵하고 있다.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하는 실효적 지배를 내세우며 독도를 외면하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최근에는 독도를 자국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발간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독도를 일본령 다케시마(竹島)라고 명기했고 30일 일본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 한국 정부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주장을 담은 역사 왜곡 교과서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의 이의제기에도 일본 정부는 수용할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의 정성어린 지원으로 한일 관계가 모처럼 좋아지고 있다. 한국은 일본 지진 이후 가장 먼저 구조대를 파견했으며 국민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의 구호 성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일본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일본 측의 교과서 왜곡 행위는 이런 분위기를 싸늘하게 냉각시키는 것이다.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대해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엄중하게 대응할지는 모르겠지만 강력한 항의와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도는 누가 뭐해도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