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영장기각으로 풀려난 피의자들이 잇따라 살인 등 강력사건을 저지르자 이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의 영장발부는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기각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검찰과 법원간에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풀려난 뒤 살인사건을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사안의 경중과 구속의 상당성 등을 이유로 든데 대해 검찰은 도대체 사안의 경중은 무엇이고 구속의 상당성은 무엇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담당형사로부터 부장검사에 이르기까지 최소 4단계를 거쳐 판단하는데 법원은 뚜렷한 기준도 없이 기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장발부와 관련한 검찰과 법원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급심에 판단을 맡길 수 있는 영장항고제와 배심원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불구속재판 원칙은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아니된다’는 일반적인 법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불구속 재판 원칙의 강화로 인해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권위주의 시대에 사실상 통용돼 왔던 원칙적 구속재판 운영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영장이 기각된 피의자가 공교롭게 범죄를 저지른 점 때문에 자칫 법원이 오해를 살 우려가 있지만 법원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최근 자신이 묵고 있던 고시원의 여주인과 말다툼을 벌이다 고시원 방에 불을 지른 문모 씨와 전과 9범의 절도혐의 피의자 이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어 구속의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문 씨는 영장기각 후 한 달여 만인 지난 28일 오전 3시께 고시원 주인 최모 씨와 TV 소리문제로 다투다 방 안에 있던 흉기로 최씨의 배를 찔러 중상을 입혀 또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 이씨는 영장기각으로 석방된 지 열흘만인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 주인 김모 씨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고 부인 이모 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귀금속과 현금 36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붙잡혔다.
물론 그동안 ‘유전무죄(有錢無罪)’ 또는 ‘전관예우’라는 말이 있을 만큼 법조계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간 감정이 개입된 사건일 경우 보복범죄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원칙만 강조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중하지 못한 법원의 판단으로 애꿎은 희생자가 나온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