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의 <언어편>에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원이며, 몸을 멸망하게 하는 도끼와 같은 것(口舌者 滅身之斧也)이니 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과 같이 따뜻하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같이 날카롭기에 한마디 말은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중상모략함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다.’는 문장이 있다. 성경(聖經)의 <야고보 서간>에서는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하다.’며 말조심을 강조 한다. 불경(佛經)에서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입안에 도끼를 갖고 세상에 나온다.
또한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이덕무 선생은 선비들의 수양서로 지은 사소절(士小節)에서 말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팔불가(八不可)로 정리해 신중한 언어 사용을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목민심서의 <율기(律己)>편에서 목민관이 자신을 규율하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며 사납게 성내지 말아야 한다’며 위정자들의 언행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공약의 남발이나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추측과 의혹으로만 쏟아내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말들은 정쟁의 불씨가 되고 불신을 조장하게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부실한 정책발표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미래의 희망을 무너뜨릴 것이고, 정론직필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매체의 사실과 다른 주관적인 왜곡보도는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말의 중요함이 강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고, 사회 지도층과 공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신중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얼마 전 예산심의 과정에서 언론 관련 예산에 대해 집행부 공무원에게 질의한 의회 의원의 발언을 놓고 의원과 기자 사이의 고성이 오가는 일이 생겨 시민사회에서는 공식적인 사과와 문책을 요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모두가 다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말에서 비롯된 일이라 생각된다.
입으로 죄를 지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지옥이 발설지옥(拔舌地獄)인데 말 그대로 혀가 뽑히고 옥졸은 그 혀를 날카로운 보습 위에 놓고 쉬지 않고 갈아 생전에 말로 지은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세치 혀와 입이 도끼가 돼 사람을 해치는 죄를 범하고 혀가 뽑히는 지옥벌을 받지 않도록 살아가는 동안에 좋은 언행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전준호 안산시의원(민·기획행정위)